살구와 지음은 빈집에서 4년을 살았습니다.

아랫집에서 시작해서, 참길음집, 윗집, 앞집, 옆집과 아랫집, 앞집, 아랫집, 빈가게를 거쳐 지금은 현민집에서 살고 있네요. ㅎㅎ


많은 식구들이 있었지요. 한명씩 한명씩 떠올리자면 한참 걸리겠지요. ㅎㅎ

여러가지 일들도 많았지요. 하나씩 생각해볼 엄두도 나지 않네요. ㅎㅎ

웃기도 많이 했고, 울기도 많이 했습니다.


첫째해에는 빈집이 시작됐고

둘째해에는 빈집이 늘어나고 빈마을잔치가 열리기 시작했고,

셋째해에는 빈고와 빈가게가 시작했고,

넷째해에는 빈고는 성장했고, 빈가게는 유지했고, 빈마을활동이 시작됐고, 해방촌을 만나기 시작했죠. 


그 과정에서 우리도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해도 될까요? ㅎㅎㅎ

이제는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빈집에서의 삶이 좋아서 사람들이 모이고,

장기투숙객들이 늘어나고,

그래서 빈집이 더이상 비어있지 않게 되면서부터,

빈집은 비어있는 집, 게스츠하우스라기 보다는,

'빈집'이라는 공동체로 성장하게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빈집들'이 여러개 생기고 '빈마을'이 되면서부터는...

'빈집'이 무엇인가? 빈집들 사이의 관계는 어떻게 되어야 할것인가? 하는 질문이 시작됐는데...

'빈마을'은 시작부터 지금까지 3년동안 이 질문을 풀고 있습니다. 

'빈집인가 아닌가'. '빈집 장기투숙객인가 아닌가', '빈마을인가 아닌가', '나는 빈집 사람인가 아닌가'

많은 논의와 고민과 시도와 갈등들의 배경에는 이런 고통스런 질문들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빈마을, 마을회의, 마을잔치, 집사회의, 1인 1팀, 집바꾸기, 재배치, 빈고, 빈가게, 마을활동비, 동아리 등은 이런 과정에서 시도되었던 것들이지요.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이런 질문들은 가장 빈집스럽지 못한 질문들일 수도 있습니다. 

비어있는 집 빈집에 단일한 정체성을 채우려고 하는 것이니까요.

'누구든 사는 빈집'에 사는 사람을 정의하는 것이니까요.


빈집은 그저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상상력을 일으키는 재밌는 이름이었을 뿐인데,

그 이름이 지금 불편하고, 오히려 상상력을 억누르고 있다면...

그 이름을 바꿔보면 어떨까요? 


빈집은 사실 그냥 집이지요.

사람들이 돈이나 다른 이유로 차별되지 않고 평등하게 주인으로서 함께 살아가는 집.

물건이든 돈이든 함께 공유하는 집.

다른 사람들을 맞이할 수 있는 집.

그런데 이런 특징들은 사람들이 함께 잘 살다보면 생기는 몇가지 특징에 불과할 뿐,

구체적인 집과 삶의 형태는 완전히 다른 게 당연할 것이지요.


각각의 빈집들도 사는 사람이 다른데, 당연히 다른 집일 수 밖에 없는데...

그럼 전부 다른 집들로 구성된 빈마을은 또 무얼까요?

빈집이 누구나 올 수 있는 집이라면,

빈마을은 어떤 집과 공동체도 함께 할 수 있는 마을이어야 하지 않을가요?

그건 차라리 그냥 '빈'을 뗀 채로 '마을', '동네', '지역'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더 넓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여기 해방촌 말이지요.

살구와 지음은 앞으로 한 2년 정도는 해방촌에서 살아보려고 합니다.
해방촌인 이유는 물론 빈집들과 빈집 식구들이 살고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살면서 누구든 돈 걱정하지 않고, 하기 싫은 일 하지 않고 사는 삶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주인으로서 일하고,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적게 벌어도 불안하지 않게 사는 삶을 살아보고 싶습니다.
이제는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장기투숙객이라기 보다는...

해방촌의 주민으로서 살면서 살만한 동네를 지어가고 싶습니다.
그런 삶을 우리 식구들과 같이 하고 싶습니다.

해방촌에서 가게를 본격적으로 하고, 적절한 돈을 벌고 또 나누고,
빈고 일도 더 제대로 하고,
해방촌에 사는 사람들하고 할 수 있는 일들도 찾아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러다보면 많이 바쁠 것 같고...
집안 일에는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요.
빈집 며느리란 얘기도 들으면서 살림 능력이 참 많이 늘었던 것도 이제는 옛말...
지금도 거의 민폐로 살고 있는데요. 그게 더 심해질까봐 걱정되네요. ㅠㅠ

할 수 없죠. 다른 걸로... 안되면 돈으로라도... 기여해야죠. ^^;;;


다음 2년은 월세집을 구해서 살구와 지음의 방을 하나 쓰고 싶어요.
그리고 집도 가능하다면 마을 일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야 일도 같이 하고, 수입도 나누고, 밤에는 같이 쉬고 하기가 좋을 것 같아요.
손님은 당연히 가능한대로 맞이해야지만,
게스츠하우스보다는 홈스테이 정도가 아닐까 싶어요. ㅎㅎ
같이 일하고 같이 살아주실 분이 있을라나요? ㅎㅎ

자세한 얘기들은 만나서 얼굴보면서 차근차근 얘기해요. ^^

누구든지... 시간내서 초대해주실래요?


손님

2012.01.17 08:21:56

같이 일하자!!!! 아마도 하루의, 일주일의, 한달의, 일년의 꽤 많은 시간을 함께하게 되겠지? 같이 싸우고 짜증내고 어깨 두드려주고 울기도 하고 헛질도 하고 ㅋㅋㅋ 생활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 ^ ㅋㅉ

들깨

2012.01.17 11:01:37

와우! 미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폭탄선언에 가까울만큼 놀랐네요.ㅎ 올한해 많은걸 같이 하진 못하겠지만 길게 보아 4년동안에는 같이 하고 싶은게 많네요. 아직 제 앞가림도 못하는 처지라 쉽게 뭔가 말하긴 그렇지만 응원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지음

2012.01.18 01:27:05

뭐가 놀라운 걸까? ㅎㅎㅎ 같은 방 쓴다는 거? ㅎ 조만간 만나서 얘기해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빈마을 살구와 지음의 다음 4년 [3] 지음 2012-01-16 5093
491 빈마을 2012년 첫집사회의 회의록! 들깨 2012-01-15 3502
490 공부집 공산당 국가보온법! file [1] 들깨 2012-01-14 5036
489 빈마을 2012년 1월 12일 목요일 저녁 9시 열린집사회의 [4] 들깨 2012-01-12 4712
488 빈마을 빈집들의 연대기 지음 2012-01-12 5114
487 공부집 공산당 회의 2012년 1월 8일 일요일 밤! [3] 들깨 2012-01-12 5124
486 아랫집 1월 2일 회의 - 이제야 올려서 죄송합니다ㅠㅠ [2] 곤조 2012-01-11 4745
485 아랫집 1/10 아랫집회의 [3] 곤조 2012-01-11 4857
484 앞집 12월 작은집 재정정산 [1] 우마 2012-01-10 11274
483 공부집 공부집 월, 수 11시 <코뮨주의 선언> 세미나 손님 2012-01-03 5190
482 빈마을 12월 25일 마을잔치 - 옆집편 외 결사들 file [4] 케이트 2011-12-31 4654
481 빈마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마을잔치-옆집편 file 케이트 2011-12-30 5434
480 빈마을 12월 15일 집사회의 file 케이트 2011-12-30 3895
479 빈마을 12월 빈마을활동비 내역 [2] 지음 2011-12-30 5805
478 아랫집 2012 아랫집 총선거!!!!! [6] KenZzang 2011-12-29 4776
477 아랫집 12/25일 아랫집 회의 회의록 지음 2011-12-26 4816
476 공부집 12월 18일 공부집 회의록 - '김장비용과 마을활동비'에 대한 비판 - 빈마을 전체적으로 다시 얘기 할 것인가?, 그리고 빈마을에 대한 이야기들과 대안 - 빈가게, 빈고, 집사회의, 각집 들간의 소통 [3] Che 2011-12-20 5126
475 빈마을 12월 15일 열린집사회의 회의록 [5] Che 2011-12-20 5057
474 아랫집 12월18일 회의록 [1] 곤조 2011-12-19 4777
473 공부집 12월 10일 공부집 회의 [4] Che 2011-12-18 5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