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디 댓글로 달려다 첨부가 많아지고 너무 길어져 게시글로 따로 씁니다:

안녕하세요. 대책위 활동을 했던 수수입니다. 댓글을 달기 앞서 대책위의 활동은 3월16일부로 마무리되었음을 알립니다. 저의 개인적 바쁨으로 인해 평가회의록 올리는 것이 상당히 늦어지기는 했지만요. 이 변명같은 말을 덧붙이는 이유는 제 댓글이 대책위 내부에서의 소통과 공유에서 나온 결과물이 아니라는 것을 명시하기 위함입니다. 물론 저는 대책위의 멤버십을 가지고 있으니, 이 댓글을 완전히 별개의 산물로 여길 수는 없을 것이며 여겨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본디 대책위 차원에서 댓글을 달았다면 훨씬 정제되고 섬세했을 것인데 이 댓글은 안 그럴 것이라는 것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이미 대책위를 하며 이 건에 대해, 그리고 연두님과 소통책을 담당하며 말을 정제하고 마음을 가라앉혀 공적 자아를 만드는 데 힘을 너무 많이 소진해서 이 댓글에는 그것이 부족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양해를 부탁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솔직히 제가 심약해서 연두님의 글을 아주 꼼꼼하게 읽진 않았습니다. (물론 제 글도 길 것입니다. 연두님이 다 안 읽으셔도 됩니다. 저 역시, 기록을 위해 댓글을 씁니다.) 이미 여러 차례 문자와 메일 등을 통해 비슷한 의견에 대해 질문과 답변, 의견제기와 의견수용 및 반박의 과정을 거쳤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이 연두님이 시간 내어 적어주신 글의 내용 중에 유독 눈에 들어오고 밟히는 것에 대해서만, 특히 사실 관계 정정을 할 필요가 있는 것들에 대해서만 우선적으로 댓글 달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원래 대책위는 여러 이유로 익명인 z 를 고수했으나, 연두님께서 공개적으로 글을 쓰셨으니 저도 그냥 연두님이라고 지칭하겠습니다.)

그러나 그 몇 가지 사실 관계를 정정하기 앞서, "그러나 이런 과정을 수행하던 중에 입장 표명을 한다더니 왜 또 잠자코 있느냐란 비난이 들려와 마음을 다스리던 와중에 포기하고 올립니다" 라는 건 도대체 어디서 들은 비난이신지 궁금하네요. 적어도 대책위 내부 소통에서는 저런 비난을 한 적이 없습니다. 대책위 개인들이 그런 생각을 했냐고 물으면, 저는 다른 사람의 개인 생각을 다 모르니 제 마음만 알려드리겠습니다. 저의 솔직한 마음으로는 연두님이 글을 안 쓰는 게 진심으로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피해호소인인 B가 해당 2차가해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개인적인 만남을 추진하는 중이라고 지속적으로 들었기 때문에 (그리고 이 만남에 대해선 연두님께 두어 차례 말씀드린 적도 있습니다.) 그 만남을 기다리고 계시기에 '글쓰기'를 유보하고 계실거라 생각했습니다. 일단 들은 후에 글을 쓰자는 제스쳐로 저는 받아들였기에 고마웠습니다. 그래서 들으셨다는 저 비난은 뭔지 잘 모르겠네요. 대책위가 아닌 다른 마을원이 연두님께 한 비난인가요? 

- 2차가해에 대한 소명의 기회에 대해서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과 감정이 있으신 것 같은데, 이 글이 단순히 연두님과 대책위가 보는 개인서신이 아니라 마을이 보는 글이기에 대책위에서 당시 보내드렸던 메일의 일부를 인용합니다. : 

"1. 2차가해에 대한 소명의 기회에 대하여: 
대책위의 2차가해 항목들은 두 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하여 작성되었습니다. 1) 피해자가 제3자를 통해 들은(마을 내를 떠돌던 소문들을 뜻합니다) 언행, 2) 피해자가 직접 마주한 언행. 

1) 피해자가 제3자를 통해 들은, 마을 공동체 내부를 떠돌던 소문들에 관한 것은 대책위 결정사항문 3. 빈마을에 대한 권고사항 하단의 3. 2차가해 예방 및 금지 의 3.1 마을사람들에 의한 2차가해 예시에 삽입했습니다. 이 항목에 들어가 있는 예시에는 해당 발언자가 자신의 행동을 인정한 것도 있었으며, 그렇지 않은 사례도 있습니다. 그러나 빈마을 대책위는 형사기관이 아니며, 2차가해 항목을 명시한 것의 주된 목표는 이러한 발언들이 폭력의 피해자에게 2차적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기에 더 깊은 수준의 진상조사를 실행하진 않았습니다. 또한 해당 발언을 한 당사자가 사실을 부인했다 하더라도, 그 발언이 마을 공동체 내부에서 루머로 퍼져 결국 피해자의 귀에 들어가고, 피해자가 공동체에서 거주하기 힘들게 했다는 점을 우선시했습니다. 

연두님의 사례는 2) 피해자가 직접 마주한 언행에 포함시켰습니다. 대책위는 피해자중심주의에 입각해 이번 사건에 대한 권고안을 작성하고 있었기에, 피해자가 ‘직접 들은’ 말에 대해서는 따로 진상조사 절차를 거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연두님께서 메세지로 보내주신 “경위를 듣고자 하거나 질문조차 한 사람이 없었다”는 문제제기는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선 1)의 경우처럼, 마을을 떠돌고 있는 2차가해들을 예시로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연두님께 공식적인 사과를 요청하기 위해서라면 사전에 진상조사의 절차를 거치는 것이 더욱 옳은 대책위 절차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추후 2014년 겨울사건 대책위에 대한 자체평가 때나, 빈마을 내 반인권적인행위에 대한 대책위 메뉴얼을 만들게 된다면, 다음 대책위의 더 나은 행보를 위해 이 내용을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의도한 2차가해가 아닌 이상 (당사자들이) 익명으로 나열된 폭력사례를 본다한들 권고안이라고 예.상조차 할 수 없을 수 있”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대책위로서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우선, 대부분의 2차가해는 의도치 않은 상황에서 발생합니다. 그렇기에 대책위의 결정사항문과 그 안의 권고들은 해당 발언을 한 사람들을 "2차가해에 대한 사과조차 안 하는 무지몽매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함이 아니라, 의도치 않았을 이러한 언행들이 사건의 피해자에게 2차적인 피해를 줄 수 있음을 명시하기 위해 작성되었다는 사실을 알려드립니다. 

또한, 만약 “아무것도 모른채 2차 가해자 및 가해에 대한 사과조차 안 하는 무지몽매한 사람”이 된다고 말한 것이 연두님 본인의 상황을 지칭하신거라면, 이 부분에 대해 착오가 있으시다는 점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9일 설명회 이전, 대책위 멤버였던 광대를 통해 대책위는 연두님이 2차가해자로서 결정사항문에 올라가 있음을 사전에 공유해드렸습니다. 만일 연두님께서 설명회에 오셨다면, 이 상황에 대한 질의응답을 하실 수 있으셨을 것입니다. 질의응답의 기회는 결정사항문 설명회 이후에도 충분히 열려있었을 것입니다. 대책위는 설명회 후, 연두님께 따로 연락해 만남의 기회를 계획 중에 있었습니다."



- "대책위는 저를 가해자로 지목하고 교육의 대상으로 호출하고 사과문 작성을 요구하면서도 단 한 번도 제게 그 상황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지 않았고, 2차가해 현장에 있었던 제 3자들에게도 사실 확인 따위는 전혀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명백하게 대책위가 저를 임의 판결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을 크게 왜곡하고 계시네요. 저는 열심히 메일을 써 (그 후에 대책위 차원의 검토를 거친 후) 연두님께 상황을 공유해드렸습니다. 마찬가지로 해당 메일을 복붙합니다.

" 5. 추가 공유:
대책위는 결정사항 공유 후 Z의 2차가해가 이루어졌던 자리에 함께 있었던 이들로부터 ‘2차가해로 추정되는 말이 전달되었던 대화의 맥락이 조금 달랐다’는 이야기를 전달받은 바 있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결정사항문을 급히 수정해야 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었던 두 명에게 정황묘사를 요청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두 사람이 함께 그 자리에 대한 기억을 맞춰본 적이 있고, 또 연두님과 해당 자리에 대해 이야기 나눈 바 있기에 이 묘사는 적합한 정황증거로 사용하기 어렵다고 판단내렸습니다. 또한, 피해자가 문제시한 문장의 워딩은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피해자가 받아들였을 감정을 우선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결정사항문 수정여부에 대해서는 피해자와 논의한 후 그의 의견을 받아 대책위에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또한 피해자와 Z가 직접 만남을 요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



이 메일을 저희가 의도한 바와 달리 이해하지 못하셔서 이런 왜곡을 하셨을 수 있을 것 같아 부연합니다. 2차가해 현장에 있었던 제 3자들에게 사실확인따위를 1월14일 새벽 2시부터 1월15일 밤까지 진행했습니다. 해당 속기록이 남아있으며, 연두님이 그 해당 제3자들에게 연락해보시면 이것이 사실임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제3자들과 정황파악을 위한 사실확인을 할 때 '당신과 연두님이 당시 상황에 대해 사전 대화를 마친 상태이기에 적합한 정황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 이 때는 피해자의 감정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사실까지도 그 3자들에게 공유했습니다. 

"피해자와 대책위와의 만남이 요청될 거라던 사전공지와 다르게 아무 과정 없이, 대책위결정문에 Z에 대한 사과문 요청이 실렸습니다. 이후 결정문에 대한 수정 요청을 하자 대책위는 이미 게시된 게시물에서 아무런 설명없이 Z에 대한 항목만 삭제했고 저는 많은 사람들이 읽은 뒤이니 저의 수정요청까지 포함해서 다시 게재해달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습니다." 라는 부분 역시 왜곡이네요. 연두님의 요청을 제가 받았고, 저는 대책위의 논의를 거쳐 이런 문자를 보냈습니다. 
"피해자와의 만남 이후 해당 항목에 대한 논의가 빠른 시일 내 있을 것이고 그 후에 전후를 전부 설명하는 댓글/글을 작성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연두님께서 우려하시는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을 고려하여 현 계시물 제목에는 (임시수정본)이라 첨부해서 명시하겠습니다." 
당시 대책위는 피해자와 연두님의 만남이 빠른 시일 내 있을 거라 예.상했고, 그 후에 수정이 '된다면'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수정이 된다면' 입니다. 해당 만남을 통해 피해호소인 무엇을 대책위에 요청하느냐에 따라 대책위는 다르게 움직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뒤 정황을 모두 설명하겠노라 했습니다. 예.상치 못하게 이 '만남'이 빨리 안 잡힌 건 불행한 일입니다만. 거기에 대해선 만남의 당사자이신 피해호소인과 연두님의 상황이 반영된 일일터이니, 대책위에 속해있던 제가 보탤 말은 없는 것 같습니다.

- 연두님은 무슨 대책위가 연두님을 음해하기 위해 2차가해란 범주에 당신을 억지로 넣은 것처럼 묘사하시는데, 왜 그런 카더라 통신을 신뢰하시지요? 사건 정황을 알지도 못하는 대책위가 2차가해를 만들어낼 수 있나요? 연두님께서 대책위의 누구의 의지를 받아, 무엇을 기준 삼아 행동하는 기구인지에 대한 학습을 하셨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습니다. 당신의 말이 왜 피해호소인에게 2차가해로 다가갔는지 알고 싶으시다면 피해호소인과의 만남을 가지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연두님을 포함한 많은 분들이 자꾸 헷갈리시는 것 같아 부연하자면, '의도' 없는 가해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것은 '의도'와 다르게 평가되고, 다르게 다루어져야 하는 부분입니다.

- 그리고 연두님이 주장한 '대책위-연두 불화설'에 대해서는, 저는 이 주장이 굉장히 기분이 나쁘다는 걸 꼭 알리고 싶네요. 연두님을 말씀대로라면, 평소 연두님과 사이가 좋지 않던 사람들이 연두님을 마을에서 몰아내기 위해 대책위 운영과 2차가해 제기 같은 힘든 노력을 들였다는 건데, 연두님을 한번도 제대로 뵙지도 못한 제가 듣기엔 굉장히 우스운 말씀입니다. "당초 동기였던 항의와 분노를 걷어내고자 많은 노력"을 하신 것은 알겠으나, 크게 실패하신 것 같네요. 증거 없으며 대책위와 대책위 멤버에 대한 악의적인 카더라를 사실인 것처럼 적어두셨으니까요. 이미 이렇게 깊이 생각하시니 어떤 말을 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습니다만, 이 상황에서 떠오르는 굉장히 우스운 사건이 있군요. 제가 아는 연두님과 사이가 안 좋은 한 대책위 멤버는 연두님의 2차가해를 다루는 논의를 할 때 자기는 빠져있겠다고 강하게 주장한 적이 있습니다. 자신이 포함된 채 논의가 진행되면 '사이가 안 좋은 사람이 논의를 악의적으로 주도했다'는 말이 돌 수도 있을 것 같아 조심스럽다는 이유를 대면서요. 당시 저는 '설마 그런 유치한 일이 있을 수 있겠느냐'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이 현명했던 것 같군요. 저도 앞으로 무슨 해괴한 소문이 돌 지 거듭거듭 고민하고 생각해봐야겠습니다.

- " (...) 명명백백한 기준안을 만드는데 최우선으로 임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기준안을 따르도록 빈마을의 무지를 질타했습니다. 그것을 통해 이 문제를 정리하기 위해서. 어쩌면 그것은 성폭력 상담소라는 외부의 권위에 기대 가장 쉽게 상황을 정리하는 방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는 말씀은 재밌네요. 구차한 말일 수 있기에 한 번도 공적으로 발화한 적은 없으나, 2014년 겨울 사건의 대책위에는 여러 가지 이유와 포지션으로 성폭력 사안을 다루거나, 대책위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사람의 비율이 반 정도나 되었습니다. 그런데 빈마을의 누군가는 대책위가 성폭력 사안을 다룰 '권위'와 '전문성'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취한 방식은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전문가집단인 상담소를 만나 주기적으로 회의를 하고 상담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대책위가 외부의 권위에 기대 쉽게 상황을 정리한다고 하네요. 
그리고 강하게 덧붙입니다. 빈마을의 무지는 질타되어야합니다. 폭력에 대한 그 누구의 무지도 질타되어야합니다. 더불어 특히, 우리 사회에서 성폭력은 굉장히 비가시화되어 있는 영역이기에 성폭력에 대한 무지 역시 호되게 질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호된 자기비판이 있은 뒤, 공동체 회복이 가능합니다. 

- 여러번 실망하고 여러번 말했지만, 몇몇 빈마을 사람들은 '공동체'와 '공동체 회복'의 단어가 주는 낭만적 어감에서 헤어나오지를 못하시는 것 같습니다. "대책위가 이 사안에 대해 가져온 프레임은 공동체의 회복 또는 공동체의 형성이기 보다는 진실 여부와 잘잘못 가리기이기 때문"이라니요. 폭력을 올바르게 규명하기 위해 진실 여부를 따졌습니다. 폭력은 잘못이기에 잘잘못을 가립니다. 그 이후에 공동체의 회복과 형성이 가능합니다. 폭력이 규명되지 않은채 공동체가 회복하는 건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을 묻어버리자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모두 이 말을 새기셨으면 합니다.

- 몇 가지 질문에 답변 및 질문드리겠습니다. 다른 대책위 사람들이 저와 같은 스탠스를 취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다각적으로 연결된 이 관계와 상황 속에서 저는 가해자이자 피해자입니다. 제가 피해자에게 성심 성의껏 정서적 고려를 통한 진실한 사과를 한 뒤에 나에게도 솔직한 내 상처와 슬픔, 내 고통과 부끄러움과 반성을 이야기할 차례가 돌아올까요?
(...)
상대에게 너의 잘못을 사과하라고 명령하는게 아니라 말입니다. '이 방법이 최고인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우리의 최선이다.' 라고 대책위가 말해주었더라면. 명령이 아니라 자신들의 실천이었더라면. "

네 당신은 상처입었을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당신이 가해를 했다고 할 때 상처를 받더군요. 이는 즉각적인 반응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상처는 곧 폭력에 의한 피해는 아닙니다. 폭력에의 피해와 상처를 구분하시길 권해드립니다. 피해자에게 하시라고 하는 '성심 성의껏의 사과'는, 피해자에게 당신이 모든 것을 잘못했고 당신의 그 어떤 감정도 중요치 않다는 말이 아닙니다. 우선 피해자가 받은 해당 성폭력 피해에 대한 사과를 하시라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당신의 상처와 슬픔과 고통과 부끄러움과 반성이 중요치 않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구조적인 폭력에 의한 피해가 우선적으로 구제된 후에, 그리고 자신이 지목받은 가해에 대한 성찰이 우선한 후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당신의 다각도의 마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 대책위가 제시하는 이 방법이 최고라고, 대책위를 하며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성폭력에 대한 대응은 계속 최선을 찾기 위해 진행중입니다. 공인된 전문가도 아닌 대책위 멤버가 우리의 방식이 최고라고 말하고 생각할리가요? 그리고 명령이 아니라 자신들의 실천이었더라면이란 모호하고 아름다운 문장엔 뭐라 답을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명령이라는 느낌적 느낌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무슨 실천이요? 
저는, 제가 살고 속해있는 곳에서의 폭력에 대한 기준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대책위에 참여했습니다. 그것은 다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저를 위한 일이었습니다. 빈집이라는 공간에 반권위나 반나이주의, 반자본주의, 반군사주의 등의 폭력에 대한 거부가 잔잔히 스미어있기 때문에 이 곳에서 투숙하며 무언가를 해보려고 시도했듯이요. 반-무언가들을 패션처럼 입고 다니고 싶어서는 아닙니다. 이 폭력들을 저 개인이 지탱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마을 내부의 폭력을 다루는 기준과 역사가 부재하다면, 저는 이 곳에서 살기 힘들거라 생각했습니다. 저는 나약하기 때문에 이 공간에 들어왔고, 마찬가지로 나약하기에 다른 누구도 아닌 저를 지키고자 마을 내의 대책위에서 활동했습니다. 
연두님이 말씀하시는 '실천'은 무엇이지요?

- 회의체가 "능력도 없는데 뭔가 마을을 위해 고민해보겠다고 설쳐댄 꼴로 보였겠다"니,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지 모르겠네요. 능력이 없으면 고민하지 말아야 하나요? 능력이 없지만 고민해야 하면 고민하고 설쳐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저는 굉장히 중요한 설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수고를 부정한 적은 없습니다. 다만, 피해자의 피해를 말하는 결정문에서 회의체가 뭘 잘했다고 굳이 말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기에 부연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 한 번도 뵙지 못했는데, 뵐 기회도 없이 마을을 떠나신다니. 제가 쓴 말이 앞으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긴 합니다.그래서 연두님의 글에 대한 답변이기도 하지만, 저 역시, '여기에 이런 의견이 있다'는 우리 스스로의 기록과, 외부에 발신될 기록을 위해 개인의 이름으로 이 글을 씁니다. (앞서도 언급하긴 했지만요) 1차적으로는 '피해호소인 피해 구제를 위한 공식 대책위'라는 이름에 걸맞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이번 사안과, 이를 둘러싼 논쟁에서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을 다 하지 못한 적이 많았습니다. 대책위가 아니었다면 저는 더 적극적으로, 더 강한 어투로 빈마을이 여러 종류의 폭력에 대한 자기성찰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비판했을 것 같습니다. 여하간, 그래서, 연두님의 의견서에 대한 이 글이 이 사건에 대한 제 첫 '할 말'이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손님

2016.04.05 21:36:27

작성자 : 연두


0) 모든 것에 앞서 이것은 대책위와 저(혹은 수수님과 저)의 이야기이지 피해자와 저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가 피해자에게 미안해하지 않거나 가해자의 입장이 된 것 자체에 불만이 있는 의사표현을 한다고 몰아가지 않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1) '의사표명 한다더니 왜 또 잠자코 있느냐'고 한 사람은 대책위 구성원입니다. 

2) 수수님은 상대를 무시하는 말을 하는데 굉장히 익숙하신 모양입니다. 

   저는 보내주신 메일을 '이해하지 못'한게 아니라 동의하거나 납득하지 못했습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최초 회의록 공유를 재차 신청하고도 거부당했던 여러 정황을 말씀드려야하니 차후에 하겠습니다.

   이 과정을 겪으며 처음으로 대책위이 활동 방향이나 방식에 부당함을 느꼈으니 중요한 쟁점일수도 있겠습니다.

3) 대책위는 저에게 'B의 의사에 따라 B와의 만남 요청이 있을 것' 이라 예고만 했을 뿐 

    이후 어떤 상황 진행도, 상황 공유도 하지 않았습니다.

4) 제가 그 '만남요청'을 기다리던 와중에 아무런 설명 없이 결정문이 올라갔고 

   저의 문제제기는 제 게시물에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거절당했습니다. 

5) 그 뒤 2월 중순 B로부터 문자로 직접 만남 요청을 받았고 그때 제가 여행중이어서 

   '나에게도 만남에 대한 의사가 있다. 다만 사정상 시기가 3월 말이 되어도 괜찮냐' 답장을 보냈고

    이후 어떤 답도 받지 못했습니다. 

6) '저를 음해하기 위해 저를 2차가해란 범주에 억지로 넣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저라는 사람에게 그렇게나 에너지를 할애해 주리라 생각했다면 과찬이시지요. 

   빠른 이해를 돕기 위해 투박하게 설명하자면 '얻어걸렸다'는 기분은 사실입니다.

7) 단어에서 사회적 함의를 빼고 행위적 의미만을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은 수수님이나 대책위만 가진 것이 아닙니다. 저 역시 '가해자'라는 말에 거부가 있어서 '가해자'라는 입장에 처한 것이 수치스러워서 그토록 분노했던 것이 아닙니다. 제 글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신 것 같은데(읽지 않으셨다니 당연합니다만), 저는 제가 가해자의 입장에 처하고 난 뒤 대책위가 보인 그 모든 태도들과 방법들에 수치스러웠던 것이고 그것에 대한 의사표시를 한 것입니다. 

8) 제 글을 읽고 이 글을 쓰셨으면 무척 좋았을 것 같습니다. 글 첫머리에 저의 2차가해와 제가 가해자임을 시인하는 항목이 있으니 참고하세요. 

9) 물론 성폭력 피해자와 마을에서 정서적폭력을 당했다고 느끼는 사람의 피해자성은 다르리라 생각합니다.

   일단은 대책위 활동의 제목이 '정서적폭력'이란 말을 내포하기에 제 상황에도 부연 없이 '피해자'란 단어를 차용했습니다.

10)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적하신 대로 오독의 여지가 있기에 혹여라도 제가 B와 저의 처지를 동일하게 주장하는 거라 오해하신 분이 있다면 사과말씀 드립니다. 

11) '대책위-연두' 불화설에 대해서 저 역시 엄청난 실망과 고통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많은 것을 명명백백 가리고 따지시던 대책위께서 어떻게 그렇게 예민한 위치에 놓인 가해자의 신상에 대한 인신공격과 소문을 대책위 구성원끼리 소비하실 수 있는지요. 저를 직접 겪고 저에 대한 판단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말리고 싶지 않습니다. 개인의 판단과 생각까지 제가 관여할 수 있는 지점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대책위 안에 수수님처럼 저랑 일면식도 없는 구성원들도 많았는데 그런 이야기가 대책위 안에서 돌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제 심정의 참담함을, 지금 수수님의 불쾌함과 비교할 수 있을지요.

12) 진실여부와 잘잘못 가리기를 통해 공동체성의 회복 혹은 공동체의 형성이 가능한 것이라고 하셨는데요. 그래서 지금 진실여부와 잘잘못을 명명백백 가려서 마을은 피해자를 보호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데 한 걸음 다가갔는지요. 

13) 저에게 공동체성의 추구는, 수수님의 오해처럼 낭만을 쫓는 무지한 행위가 아니라 '관계'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둔다는 말입니다. 대책위의 프레임에 대한 언급은, 진실여부와 잘잘못을 가리지 말자는 말이 아니라 그것 말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 프레임, 그것 말고 아무것도 중요치 않게 여기는 잣대, 시선, 태도 등을 문제제기 하기 위함입니다.

14) 제가 말씀드린 명령-실천의 관계에서 목적어는 사과이고, 그것의 배경은 자기반성 입니다. 삶을 두루 포괄하는 실천의 의미가 아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15) 설침의 수고를 부정한적 없고 가해자의 감정도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말씀드리고자 한 내용에 도착하셨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바로

     제가 처한 입장과 과정에서 대책위로부터 전혀 그러한 태도를 느끼지 못했다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수수

2016.04.06 10:43:12

안 했다고 하신 것에 대해선 했다고 말씀드렸고, 했다고 하신 것에 대해서는 그런 일이 없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를 위해 적절한 증빙과 정황설명도 해드렸다 생각했는데 저의 말이 연두님께 별로 가닿지 않은 것 같군요. 사실정정뿐만이 아니라 다른 많은 말씀도 드렸지만, 남는 것은 공허로군요. 물론 제가 이러하니 연두님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시겠지만요. 


제기하신 것들에 대한 저의 대답은 모두 드렸고 더 드릴 말씀은 없는 것 같네요. 살펴가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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