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 남성은 어제 떠났다.
하지만 문제가 정말 해결된 것일까? 어제 늦게 와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듣지 못한 상황이지만
마지막 분위기와, 3일 후 다시 들어오라고, 밀어붙이라고 웃으며 말하는 다른 남성이 있는 것을 보고
아직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난 놀랐다.
너무나 전형적인 행동 패턴이 쭉 이어지는 것에 대해
한국 사회가 아직 많은 부분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 빈집을 알고, 오가고 살려고 하는 사람에게
어느 정도 기대한 수준들이 있었는데 그게 이번에 너무나 무참하게 깨져 버렸다. 아직 현실이 이렇구나 하는 마음에 너무 괴롭다.
할 얘기 너무 많아 지금 다 할 수 없고, 나 스스로도 더 공부해야 하니 정말 속터지게 하는 몇가지 행동에 대해서만 얘기하려 한다.
앞으로 비슷한 일이 생길 가능성 분명 높다. 만일 이 글을 볼 당신이 앞으로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다면, 일단 이런 것부터 하자.
* "진심" 타령 하지 마라
내 본의가 아니었다. 실수였다. 무심코 나왔다. 다른 뜻은 없었다. 이런 말은 정말 가해 남성 중 열이면 열이 다 처음에 하는 말이다.
사과한다. 진심이다. 진심을 헤아려 달라. 너희는 왜 진심을 모르느냐. 이런 말은 문제제기 당한 사람이 열이면 여덟 아홉이 하는 말일 거다.
당연히 전혀 공감할 수 없다. 왜? 당신은 이미 처음부터 끝까지 "전형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만의 특별한, 지금 이 상황에 집중한, 적합한 말과 행동이 아니다. 그리고 적어도 빈집의 많은 사람들은 당신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을 직, 간접적으로 많이 접해왔을 거라고 생각한다.
* "사건" 보다 "해결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걸 알라.
사건을 자꾸 부정하고 발뺌하고 변명하려고 하지 마라. 당신이 진정하고 잘 들어보면, 사람들이 지금 당신의 그 행동으로 당신이란 존재 자체를 계속 비난하고 저주하고 있는지, 아니면 어떤 길을 제시하고 요구하며 해결 과정에 대해 더 많이 얘기하고 있는지 알것이다.
* "나"보다 "피해자"에게 집중해라.
발뺌하는 것에서 부터, 성급하게 사과하고 진심을 강변하는 것, 그리고 남성들간의 유대를 다지며 자기합리화하는 것, 그리고 이번 경우처럼 그 공간을 벗어나는 것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당신은 오직 "자신"만을 생각하고 있다.
사람들의 비난이 두려운가? 소문이 퍼지는게 두려운가? 낙인 찍히는게 두려운가?
그 비난과 소문과 낙인은 바로 그런 당신의 무책임한 행동때문에 더 깊어진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당신이 문제 해결과정에 최선을 다했느냐이지, 이미 저지른 사건만으로 당신에게 낙인 찍는 사람, 의외로 많지 않다. 그리고, 그 낙인을 찍는건 피해자들의 커뮤니티보다 우습게도 당신을 자신과 구분짓고자 하는 남성들의 집단인 경우가 더 많을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지금 낙인 낙인 하는 것도 우습다. 피해자가 어쩌면 평생 가져갈 수 있는 멍에, 2차 가해에 의해 생기는 낙인과 어떻게 비교될 수 있는 수준인가)
어려운 것 없다. 당신이 가해자로 지목되고 피해자가 고통을 얘기한다면, 당신이 할 가장 첫번째 할 일은 "피해자의 말을 귀담아 듣는 것"이다. 그리고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느끼고 공감하려 하는 것이다. 이게 된다면, 그 뒤의 일은 오히려 쉽다. 같이 지혜를 모아 해결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에 무리 없이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 얘기한 진심, 그것은 몇마디 값싼 말로 보일 수 있는게 아니라 행동으로만 보일 수 있는 것이다.
* 발뺌해서 피해자를 더 괴롭히지 마라.
처음부터 발뺌하고, 피해자가 요구하는, 사람들이 권하는 문제 해결 과정을 밟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피해자를 더 괴롭게 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이 피해자가 받은 상처를 치유하고 공포를 줄이는 것일텐데(완전히 없앨 수는 없을 것같다) 그러기도 전에 가해자가 자신만 빠져나오려고 하는것, 가해자 없는 피해자를 만드는 것, 이것은 피해자를 더 억울하게 만드는 것이다.
* 남성들의 유대를 강화해 그 안에 숨으려 하지 마라.
나는 가해자보다 그를 둘러싸고 이번에 보인 일부 남성들의 행태가 더 화가 난다.
일부 피해자는 문제제기후에, 공개적으로 이야기 된 다음에, 고통스러워 그 공간에 있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가서 잠을 자는데,
그 시각 아랫집 손님방에서는 남성들이 모여 술마시고 웃고 떠들고 있다. 당신들이 다 마음이 편한건 아니었을 수 있지만
피해자의 입장에서, 그 고통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당신들이 받은 잠깐의 수치심, 모멸감이 아니라 훨씬 더 깊고 오래갈 피해자의 고통을 말이다) 적어도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것인지 정말 의심스럽다.
하지만 역시, 이것도 전형적인 행동이다. 나는 손님방에서 무슨 얘기가 오고 갔는지 알 수 없지만, 어떤 분위기였을지는 짐작된다.
맨 앞에서 말한 "며칠 후 다시 돌아와. 밀어붙여" 이런 말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그 말을 한 것 만으로도 도대체 그들이 어떻게 이 상황을 생각하고 대처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아 참담하다.
----------
나도 성별 권력관계가 작동하는 사회 속에서 30년 넘게 살면서 몸에 배어 있는 것들이 많고, 공부는 부족하고 해서 많이 잘못을 저지른다.
잘 모르고 나도 반성해야 하지만, 이번 건에서 남성들이 보인 너무나 전형적인 모습들에 분노하고,
이런 것을 낱낱이 드러내서 해결하고 넘어가지 않으면 어떻게 비슷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지금 빈집에 사는 일부 남성들이 이 사건의 심각성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는 것 같고, 그 생각에 계속 화가 치밀어오르며 이런 사람들과 같이 살아야 하는가? 빈집이라는 것이 이런 사람들의 놀이터를 만들기 위해 시작한 것인가? 하는 의문마저 든다.
-------
이번에 일어난 일은 그 폭력성과 피해성이 명확해서 정식으로 문제제기되고 처리된 것이지만
이미 그 전부터 드러나지 않는, 그러나 분명히 성별 권력관계에 기반한 폭력적인 행동들이 계속 있어왔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일의 교훈 중 하나는, 평소에 모든 사람이 - 여성, 남성 구분 없이 이 문제에 대해 계속 공부하고 토론하고 현실속에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절감한게 아닐까요. 다른 곳의 성폭력 자치규약을 가져와 한번 보는 것만으로도 그 동안 느꼈지만 "잘 몰라" 넘어갔던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같이 공부합시다. 성별, 나이 그런 것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이 계속 공부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라브, 지각생, 미안하지만 난 두 사람의 글이 다 조금 불편합니다.
가해와 피해 사실은 있었지만, 그들을 위한 '지침'이라는 이름의 글로 사건이 논의되는 것은 불편하고요.
물론 이런 글들을 쓸 수 있지만,
악당을 하나 처치한 것처럼 묘사되는 말투에서
우리 자신 안에 있는 마초성을 다시 느끼기도 합니다.
누굴 두둔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님을 깊히 헤아려주시기 바라면서 글을 이어가겠습니다.
그제, 어제의 자리가 모든 면에서 잘 해결된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불가피하고 우리의 역량껏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으며
정황상 가해 당사자가 집에서 나간 것이 불가피한 일이었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래서 그 결과가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사과를 요구하는 형식도, 그에 대응하는 방식도 모두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남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모였어도
내가 그 사람과 함께 살면서 대화로 평화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교육이 필요하다고 느꼈던 것은, 내 스스로 이런 성인식의 차이를 극복할 시간과 노력을 들일 엄두가 나지 않았고
다른 방법을 더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게스츠하우스이기 때문에, 손님들 몇이 불편하다고 하면 주인된 사람이 '죄송하지만 다음 기회에...'라고 말할 수 있다고 한
말도 저는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든 잘못들이 즉각적으로 반성을 요구하고 교육을 받도록 요구하고 할 필요도 없고, 우리는 이제껏 그렇게 살지도 않았습니다.
적어도 제가 빈집에서 갈등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한편에서 욕도 하고, 상처도 주고, 힘겹게 불만을 표시하기도 하고, 묵인하고 그 사람의 변화를 기다려주기도 하면서
그렇게 서로 지켜주고 성장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건에 대해서,
사람들 사이에서 이 문제를 충분히 함께 발전적으로 해결해나갈 힘과 마음이 닿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결론이 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결론에 대해서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건을 함께 논의한 모두가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건의 수월한 해결을 위해 일정한 '포즈'를 취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도, 그에 따른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일단은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 자기 마음에서 들리는 다양한 목소리들에 대답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달 안으로 꼭 날을 잡아 이야기를 다시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디온 말대로 제 방식이 폭력적인 거 인정합니다.
사실 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 중요한게 아닐 수 있고, 맥락 고려하지 않고 할 얘기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어 망설였지만, 짐짓 더 나아갔습니다. 이 점에 대해 스스로도 문제가 있다 생각은 하지만 정확히 딱 집어 정리가 안돼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목이 저따위인건, 원래 이글을 되게 짧게 "진심 타령하지 말고 행동으로 좀 보여달라" , "자신만 생각하지 말고 귀담아 좀 들어달라" 이렇게 몇줄만 적으려고 시작하면서 아무 생각없이 달아놓고는, 다 쓴다음 그냥 등록해서 그래요.
흠.. 하지만 "악당을 하나 처치한 것처럼 묘사되는 말투"로 들릴 줄은 몰랐어요. 저는 이 모든 상황이 흔히 발생하는 전형적인 사례임을 말하고자 한 것인데.. 어느 한 사람이 완전 틀려먹었다.. 이렇게 말하려던건 아닌데, 제 감정이 글에 녹아들면서 그렇게 되었군요.
디온의 세번째, 네번째 단락에서 한 모든 말에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일단 저는 더 이상 제 감정만 표출하는 것은 자제하고, 이후에 함께 지혜를 모으고, 책임 지는 과정에 함께 하겠습니다.
디온.. "일단은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 자기 마음에서 들리는 다양한 목소리들에 대답할 시간이 필요할 것" 이라는데에 완전하게 동의합니다. 이 이야기를 하려고 디온이 앞부분의 이야기를 한 것이란 생각이 드는군요.. 그리고, 디온이 누군가를 두둔하려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부분의 이야기들에 대해서 다른 생각을 이야기 해야겠습니다.
빈집에서 일어나는 다른 일반적인 갈등과 이번 경우를 같은 맥락에서 봐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말은 '그렇게 서로 지켜주고 성장해' 올 수 있는 그런 성격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에요..
차이의 문제가 아니라, 폭력의 문제가 분명히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내재화 되었고 장기적으로 작용할 폭력이어서 그 폭력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 나가자..의 경우가 아니라,
가시적이고 단기적으로 작용한 폭력이고, 그래서 당장 폭력의 '제거' 과정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공간도 비슷한 특성이 있긴 하지만, 빈집 같은 경우는 함께 거주(일상의 최소 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대면해야 )한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해자, 2차 가해자, 피해자가 같은 공간에 거주해야 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일은 (그 뒤에 후속논의, 보다 근본적인 접근 등을 하는 것과는 별개로, ) 아주 단호하고 분명하게 처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 "악당을 하나 처치한 것처럼 묘사되는 말투" 라도, 그런 말투가 필요하다면 그런 말투라도 써서, 그 공간에서 당장 또다른 2차 가해가 발생할 여지를 잘라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그런 말투가 꼭 2차 가해를 예방할 수 있을지를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만, 여러 노력 가운데 하나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악당을 처치하는 말투가 마초성과 바로 연결되는 건 또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아랫집이라는 공간이 ,적어도 당분간이라도, 2차 가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공간이 될 판인데, 그 흐름은 끊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디온이 그렇게 안했다는 말은 아니구요..;;;)
어쨌든, 단호하게 처리할건 처리하고, 그 뒤에 논의가 더 풍성해질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디온
- 추천
- 1
- 비추천
- -1
비베카님, 아직도 본인의 상황에 대해 고통스러우신 것 같습니다.
긴 대화를 통해서도 저의 생각이 전혀 전달되지 않을 줄 알았으나 실로 이런 반응을 보니
글을 보는 저도 마음이 아픕니다.
'농담'이 농담이 되는 것은 그 담화가 벌어진 장 안에서의 맥락 때문입니다.
같은 말이더라도 누가, 어떤 자리에서 하느냐에 따라 누군가에게 큰 심리적 피해를 강요할 수 있지요.
그것은 비베카님의 과거 전력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선생을 몇 십년 해도 아이들과 그런 농담을 자유롭게 하지 않는 분들도 많으니까요.
비베카님 말씀대로, 같은 '농담'이 초등학생들과 '자유롭게'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저는 선생-학생 사이의 권력, 나이 차에 따른 권력을 의식해 문제가 표면화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는지,
불편함을 표현하지 못한 학생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 들어 비베카님만 자유로웠을 수 있었을 상황이 심히 우려됩니다만.)
제 생각엔 중학생과 고등학생에게도 그러셨다면 문제가 표면화되었을 것 같은데요?
거기에 수치심을 느끼고 문제제기를 했다면, 그건 '보수적'이어서 일까요?
또한, 어제 말씀하신 것처럼 '가족같은' 곳에서 그 '농담'을 하셨다면요?
비베카님은 가족들과 그런 '농담'을 하시는지요...
그것 역시 제가 비베카님의 가족으로서, 그 맥락을 이해하는 이성을 가진 존재로서 만났다면
크게 충격받았을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이 글을 읽는 분들의 판단에 맡겨도 될 것 같네요.
여전히 본인의 상황을 '코미디'라고 하시고, 자신의 언어성폭력적 발언을 '농담'으로 한정지으시면서
자신의 행위의 맥락을 희석시키는 행위를 계속 하시고 계십니다.
지난 두 차례의 대화에서도 이루어졌던, 본인을 희생자화하는 말하기 방식은
정확하게 제가 문제삼고 싶은 부분이었습니다.
이렇게 글을 통해 다시 확인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위 말은 저희들의 분위기를 존중한다는 진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본인의 수행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불필요한 게시물로 구업을 짓지 않으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저도 이 글을 마지막으로 다음 모임에서 이 문제가 다시 논의될 때까지
글을 올리지 않겠습니다.
제가 초등학생에게 농담을 한 게 아니라
초등학생이 선생인 제게 농담을 한 경우를 말한 것입니다.
초등학생들이 채팅화면을 우연히 보다보면 정말 황당한 경우가 많아요.
우리가 대학생때나 했던 대화들을 이미 하고 있어요.
처음엔 주의를 주기도 했는데
지금은 자유롭게 놔두는 편입니다.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나면서 정리가 되거든요.
자유로운 방식이나 보수적인 방식이나 모두 가치있는 방식입니다.
상대방의 방식을 비난할 필요는 없어요.
상대방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아도 인류는 공존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말하기를
나는 당신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당신의 생각을 말할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겠다고 했죠.
그런 자세가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연두
- 추천
- 1
- 비추천
- 0
*이런 문제의 특수성이나 예외성을 잘 몰라서 저는 그냥 일반적으로 말해보았습니다.
가슴이 답답해서 적어 보았는데 너무 무섭도록 긴 글이 되어버려서 망설여집니다.
사실 저는 이 이야기가 논의되었던 현장에 없었기 때문에
한 얘기를 또 했을지도 모르고, 틀린 이야기를 할 수도 있어요.
보고, 내려라, 하시면 내릴게요. 답답한 가슴이야, 카스500 마시면 되죠, 뭐. :)
한 달의 보름 정도를 아랫집에서 잠이나 간신히 자는 저로서는,
최근 들어 어디만 나갔다 들어오면(반나절의 외출이든 2박 3일의 연수든)
한 분씩 늘어있는 장투님들과 인사 하고 서로 적응하는 것도 버거웠지만
이번 일로 마음 고생하고, 이 일 잘 정리해 보겠다고 마음 쓰다 진이 빠진
빈마을 식구들 이야기 듣는 것도 참 버거웠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이 이야기 들어주는 일밖에 없어서 안타까웠고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_하고 바란 때가 정말 많았어요.
(직접적인 당사자들의 태도나 이야기를 직접 보고 듣고 싶었기 때문이었지만
저는 그 이야기가 논의되는 전 과정과 뉘앙스를, 누구랄 것 없는
모든 당사자(전체빈집식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어요.
그러지 않았으니 할 말이 없고 정말 들어주는 일밖에는 할 게 없더군요.)
그런데 왠지 여기 글들
(실은 너무 일부의 이야기만 올라와있을 것 같아서 읽지 않다가 오늘에야 읽었습니다)
읽고 나니까 '차라리 내가 그동안 그 자리에 없어서 다행이었다' 는 기분이 드네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만. 그 얘기는 차차 하기로 하고.
드나드는 사람들까지 치면 수십 명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당연히 수십 가지의 가치관과 도덕적 기준이 있겠구요.
함께 살려면 힘들겠죠? 네, 힘듭니다.
하지만 힘들지 않게 살 수 있는 방법도 있지요.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 사람인가'를 잘 아시면 됩니다.
사실 사람은 스스로 하는 일들임에도 불구하고 생각과 행동이 다른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이 곧 행동이라며 착각하고 살아가지요.
그래서 타인이 나에게 이러저러한 말을 하면 화가 납니다.
' 나는 그런 사람 아닌데, 왜??? ' 라면서요.
다른 사람들이 '너는 이러저러하다' 말하면 무조건 '아.예. 그렇습니까?' 해야 하냐고요?
아니지요. 신경 쓰지 않고 살 방법도 있습니다.
그런말 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지 않으면 되지요.
그래서 비베카님은 빈집을 떠나셨던거 아닐까요?
함께 살려면, 함께 사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야 합니다.
왜냐구요?
함께 살아야 하니까요!!!
당신이 아무리 아니라고 우겨도,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그렇게 느꼈다고 하는데,
게다가 이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도 아니예요.
사실관계(그런 말을 했는가-는 이미 확인 되었지요.) 이후의
그 사건을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했느냐' 의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빈집 식구들이 하고 있는 이야기가 틀리고 맞고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이제 이정도 썼으면 이해하시겠지요?
그런데 왜 자꾸 '당신들이 이상하다' 고 우기시는지 알까말까 하다가 정말 모르겠습니다.
의도가 어떠했든 상대방이 불쾌감을 느끼고 언짢은 감정을 느꼈다면 그것은 폭력이고,
그런 일이 발생한 것은 (지금까지도) 그게 폭력인지 몰랐던
비베카님의 무지에서 비롯한 일인데 왜 아니라고 우기시나요.
사람들은 당신의 생각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문제 삼고 있어요.
비베카님이 그동안 어떤 사회에서 어떤 기준선에 맞춘 인생을 살아 오셨는지 모르겠지만
이처럼 사회화가 덜 된 분인걸 보면 그다지 많은 사람을 '자유롭게' 만나지는 못한 모양입니다.
본인의 주장과는 많이 다르게도 말이죠.
어쩌면 여기 자못 진지한 빈집 식구들의 태도가 비베카님을 혼란스럽게 했는지 모르겠군요.
비베카님은 자신의 잘못을 '가-10' 정도로 느끼고 계신데 여기 있는 사람들은 그 일을
'나-100' 이라고 말하고 있는듯 하니까요. 문제의 성격도 잘못의 정도도 이상하게 말한다고,
짜증이 나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생각으로 말할 것 같으면,
저는 빈집 사람들에게 화가 납니다. 이렇게 무지한 분에게는 '알아들을 수 있게'
수준을 맞춰 이야기 해야 한다는 것을 이 똑똑한 사람들이 왜 놓쳤을까요.
어린아이 달래듯이 조삼모사와 어르르까꿍을 섞어 이야기 해야 안다는 것을
왜 놓쳤을까요.
(빈집 식구들 노여워 마세요. 이것이 바로 '조삼모사' '어르르까꿍' 실습! )
성폭력이라는 말이 중범죄에나 쓰이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뭐, 이해는 합니다만
'진보-도덕적' 정도의 상관관계를 들먹이실 정도로 '진보'라는 말을 애용하신다면
성폭력이 다만 성폭행에만 사용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도, 좀 알아주시면 좋지 않을까요?
사람들이 이렇게 난리 부리는 것이 코메디라고 하셨나요?
그건 역시 비베카님과 일부 비베카님을 동정하는 분들이 정말로 무지해서 그렇습니다.
'폭력' 이라는 것은 그 자체도 문제이지만 그 뒤의 파급효과가 기하급수적으로,
무한대로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나쁜 거라고 생각합니다.
가정폭력, 성폭력이 다만 육체의 문제라면, 인간도 동물이니까 마데카솔이나 후시딘 바르고
새살 돋으면 끝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그렇지 않지요?
왜냐하면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니까요.
마음에 바르는 후시딘, 정신에 바르는 마데카솔이
'진심으로 하는 사과' 입니다.
그러니까 빈집 식구들이 그렇게 '사과'와 '진심' 같은 말들에 매달렸을 겁니다.
그리고 물론 빈집 사람들은 알고 있었을 겁니다.
당신은 아직 '진심'으로 '사과' 할 수 없는 사람이란 걸.
왜냐하면 진심으로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섣부른 사과 말고, 이 이야기를 더 많이 생각할 수 있게 된 다음에
정말 이게 왜 이렇게 심각한 문제 제기의 대상이 된 것인가를 깨닫고
이후에 '진심'으로 '사과' 할 수 있기를 기다리기로 했던 겁니다.
사실 특정인을 가해자-피해자로 칭하는 것에 저는 반대합니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굳이 말하라면
시대와 통념이 가해자고 그것에 의해 상처를 받은 모든 사람과,
아무 생각 없이 그런 통념에 의해 사회화 되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인간이 되버리고 만, 모든 인간이 피해자겠지요.
그러니까 빈집 식구들은 앞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자고 했던 걸 겁니다.
그런데 뭐, 그 후에 하신 일은 본인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러니 여기 사람들도 코메디보다 웃기지도 않은 분노를 마구 뿜고 말았죠.
정말. 웃기지도 않아요. 그쵸?
저로 말하자면 성폭력 문제나 여성권 등의 문제에 무지렁이 입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악몽같은 추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죠.
정말 놀라운 사실은 마치 여자 아이들이 마루인형 모으듯,
유리반지 모으듯, 그런 악몽같은 추억을 수집하고 있다는 사실이예요.
그렇지 않은 이상에야 어쩜 이렇게 대부분의 여성들이
그토록 비슷한 추억을 가지고 있을까요?!!
우리에게 그런 악몽같은 추억을 준 사람이 동일 인물이라면 정말 개같은 인간 이겠지만
심지어는 그렇지도 않죠.
그러니까 우리들은 다수의 성인 남성에 의해 색색깔도 찬란하고 알알이 크기도 다른
참 아름다운 추억들을 가질 수 있는 거지같은 사회에서 살고 있어요.
그 빛깔 찬란한 거지같은 악몽의 반지들이 우리의 인생을 어떻게 옭아매고
인간 정신의 밑바닥에 어떤 수치심과 어떤 공포를 심어주었는지는
언제 시간이 허락하면 함께 이야기 해보도록 하죠.
절대반지 저리 가라예요. 난 반지의 제왕 보다가 골룸 보고 울 뻔 했다니까요.
물론 비베카님이 그와 꼭 같은 일을 하셨다는 건 아니예요. 비슷한 정도겠죠.
그렇다고 또, 꼭 같은 일을 한 사람들만 미안함을 알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말씀드렸다시피, 이건 시대와 통념의 문제니까요.
자신과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절반을 이루고 있는 인간들이
어떤 폭력과 어떤 현실에 매일 노출되고 있는지
그런것 좀 알아달라고, 공감해달라고 졸라댔다고 해서
그게 그렇게 웃기지도 않은 코미디라고 말 할 필요도 없잖아요?
모르시는 것 같아서 말씀드리는 건데,
심지어 그건 알아달라고 조르기 전에
물론.
미리 알고 계셔야 하는 '현대인의 필수 교양' 이랍니다.
연두
- 추천
- 1
- 비추천
- 0
아. 참. 제가 깜박 했는데
사실 제 경험에 비추어 말하느라고 여성-피해자/남성-가해자 구도를 만들고 말았지만
특정 성별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예요.
충분히 남성도 권력을 가진 여성에 의해 성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앞으로 그러한 이야기를 폭 넓게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을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요.
그리고 성에 따른 폭력 말고도 언어 폭력이나 물리적인 폭력 그런 이야기도
함께 하면 좋았을 뻔 했어요.
남은 우리라도 그런 이야기 많이 나누어서 우리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일단 지각생
가해자(혹은 피해자 모두)는 다른 성별이 될 수도 있으니
가해'남'성 제목은 바꿔주시길.....
담벼락 보고 나도 짐작했던 일이지......병신같이 여기서 가해자 편드는 사람이 있다는 거.
동정론이나 개인적으로-피해자 대 가해자가, 특히
피해자가 조낸 현명하고 조곤조곤 감정섞이지 않게
가해자의 기분이 상하지 않고, 가해자가 반성할 수 있도록 잘 설명할 수 해결했어야 하는 일이라고 한다든가 뭐 그런거
아랫집 가는 거 전혀 편하지않고, 즐겁지도 않고 기대되지도 않아.
(
그 따위로 위로 or 충고를 하는 사람? 3일 후에 돌아와서 밀어붙여라?
그딴 소리 하는 사람이야말로 잠재적 가해자로 치부해도 하나도 억울할 게 없는 사람이네.
...... 나간 분이 안타까우면 같이 나가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리는 게 옳다고 봅니다. 동의하는 사람끼리.
(나 지금 같은 말 몇번 하니???????????)
피해자들은 그런 분위기에서 불편해서 오히려 가해자가 없어도 편하게 지낼 수나 있을까
누가 아랫집에 들어가고 싶을까
아직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나 본데
가해자를 두둔하는 것도 2차 성폭력이다.
(진짜 욕나오는 거 참고 있음...)
나 그래도 아랫집 갈 거다.
그런 말 들리면 난 거품물고 '감정적으로'
꺼지라고 하면서라도 대응할 거임.
한마디만 해봐...아님 내 앞에서 그런 눈치만 보여보라구......
나쁜 기운을 억누르러라도 갈 거다.
적어도 피해자가 억눌리게 하지 않을 거임.
나도 피해자고....그런 얘기로 새해를 시작해야 하나.
그 어떤 상황에서도 그렇지만
적어도 피해자가 눈치 보는,
진짜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가해자 편들어주고 앉았는 한심한 사람은 없어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