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가게소식 [자료] 로컬푸드 기업
2010.04.24 23:00
시사인, 세상을 바꾸는 소박한 일터- 로컬푸드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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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파워와 만난 송정 미역 주방에 들어서니 프라이팬에 기름이 잘 달궈졌을 때 나는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훅 파고든다. 볶음 반찬을 하려나 보다. 부산 해운대 인근의 송정 바닷가에는 그 이름도 화끈한 ‘막 퍼주는 반찬가게’가 있다. 개업한 지 아홉 달 된 가게로, 인터넷 쇼핑몰(www.food-share.com)을 통해 반찬 대부분을 판다. 여기까지는 여느 반찬 가게와 유사하지만 뜯어볼수록 이 가게는 신기한 구석이 많다. 첫째, 미역을 비롯한 해조류 반찬이 많기도 하다. 파래무침, 몰(모자반) 무침, 미역귀다리 무침, 미역줄기 장아찌 등 10여 가지에 이른다.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로컬 푸드)로만 반찬을 만들어 팔겠다고 시작한 가게에서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송정 미역은 기장 미역만큼이나 질이 우수하다고 한다. 반찬가게 대표 박상명 할머니(75)는 “본시 남해와 동해 바닷물이 만나는 데서 채취한 송정 미역을 기장 미역보다 더 쳐줬다”라고 말했다. 직원은 60~70대 할머니, 매출 13% 기부 미역 아닌 다른 반찬도 지역색을 물씬 풍긴다. 깻잎장아찌만큼이나 경상도 사람이 즐겨 먹는다는 콩잎장아찌, 송정 일대에서만 난다는 상추마늘로 만든 장아찌, 콩나물·시래기·다시마·대합에 온갖 채소를 넣어 펄펄 끓인 국찜 등 타향 사람에게는 낯선 반찬이 메뉴에 올라 있다. 덕분에 인터넷 쇼핑몰에 접수되는 반찬 주문의 70%는 서울에서 들어온다고 박씨는 말한다. 서울에 사는 경상도 출신이 고향 맛을 못 잊어 막 퍼주는 반찬가게를 들르곤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신기한 점. 일하는 직원 4명이 모두 60~70대 할머니다. 가장 연장자인 박상명씨를 비롯해 이들 할머니 모두는 송정에 산다. 지역 농산물로 수익을 창출하면서 지역 주민 고용도 늘린다는 이 가게의 애초 설립 취지가 고용 방식에 녹아 있는 셈이다. 막 퍼주는 반찬가게를 처음 창안한 것은 송정동사무소와 주민자치회였다. 동사무소 직원 하정관씨(36)는, 2008년 초 주민을 상대로 ‘밑반찬 요리 강좌’를 진행하면서 반찬 가게를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장에 전량 팔아버리곤 하는 송정 미역을 활용할 방법은 없을까? 바닷가 군데군데 널린 텃밭에서 자란 싱싱한 채소를 버리지 않고 써먹을 방법은?’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보니 일자리를 찾는 주민과 로컬 푸드를 연결시킬 접점으로 반찬 가게가 떠올랐다는 것이다. 죽어가는 지역 상권으로 고민하던 송정동 주민자치회는 이 구상에 반색을 했고, 스스로 이사와 주주가 되어 가게 설립에 나섰다. 막 퍼주는 반찬가게가 신기한 세 번째 이유는 이 가게가 다름아닌 호텔 안에 있다는 점인데, 이 또한 주민자치회와 연관이 있다. 주민자치위원인 노용현씨(송정관광호텔 사장)가 사업 취지에 공감하면서 본래 오락장으로 쓰던 호텔 2층 일부 공간(120평)을 가게에 내어주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막 퍼주는 반찬가게는 임대료 적게 내어 좋고, ‘호텔 내 반찬 가게’라는 입지 덕분에 위생적이고 깔끔한 이미지까지 덤으로 얻는 수혜를 누리고 있다. 막 퍼주는 반찬가게는 지난해 12월 말 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그런 만큼 신년에는 더 많은 지역 인력을 고용하고 새 사업을 벌일 꿈에 부풀어 있다. 그래서 남는 이윤은 어떡할 거 ▒성암건강마을두부 김 모락모락 나는 서천 두부의 야심 새벽 4시. 충남 서천읍 축협 건물 인근에 있는 작은 두부 공장에서 콩 삶는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직원 2명, 하루에 생산하는 두부 110모. 지난 여름 공장 가동을 잠시 중단하는 바람에 인력·생산 규모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지만 아직 회사라기엔 초라한 규모다. 그럼에도 충남 서천 ‘성암건강마을두부’는 로컬 푸드에 관심 있는 이들의 추천 일순위 견학지로 꼽힌다. 이 회사는 2007년 10월 설립 때부터 세 가지 운영 원칙을 지키고 있다. 첫째, 지역 농산물만을 이용한다는 것. 서천군은 2007년 초부터 로컬푸드 활성화를 위한 주민·공무원 학습 모임을 운영해왔다. 여기에는 밥상머리 토론도 빠지지 않았다. 지역에서 난 농산물로 차린 밥상을 함께 나누며, 어떻게 하면 이들 지역 농산물을 먹을거리 사업으로 연계시킬지 고민한 지 몇 달. 유력한 후보로 등장한 것이 두부였다. “서천 농가에서 가장 흔하게 나는 것이 콩이다. 이를 두부로 가공해 직거래 방식으로 지역민에게 판매하면 승산이 있겠다고 봤다”라고 성암두부 영업팀장 이재국씨(36)는 말했다. 두 번째 운영 원칙은 이렇게 만든 먹을거리를 지역 주민에게 우선 공급한다는 것. 이는 농장에서 식탁에 이르기까지의 거리(푸드 마일리지)가 가까울수록 소비자가 신선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받을 수 있고, 지역 내 순환 경제 시스템도 만들 수 있다는 로컬 푸드 운동의 정신에 따른 것이다. 이른바 친환경 먹을거리 하면 도시 소비자를 주요 소비층으로 삼는 것이 기존 사고방식이었다. 이재국씨에 따르면, 자기네가 처음 두부를 만들 때도 주변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중국산 콩으로 만든 1000원대 두부가 널린 판에 도시 아닌 시골에서 과연 2000원짜리 두부가 팔리겠느냐는 식이었다. 그러나 지역은 지역만의 방식이 존재했다. 돈을 좀더 내더라도 좋은 두부를 먹고픈 수요는 지역에도 있었다. 이를 위해 거창한 마케팅이나 홍보가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멋진 브랜드가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새벽에 막 만들어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부를 위생 비닐에 담아 아침밥 하기 전 대문 앞에 배달해놓는 것으로 족했다. 두부 배달에 나선 이씨를 따라가 보니 어떤 아파트는 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한 라인에서만 아홉 가구가 두부를 배달시켜 먹고 있었다. “○○네가 만든 콩을 ○○가 두부로 만들었다더라. 먹어보니 맛도 좋더라”는 입 소문이 나면서 너도나도 성암두부 단골이 된 것이다. 귀농자에게는 ‘안성맞춤 일자리’ 두부를 통해 얻은 수익은 일자리를 나누는 데 쓴다는 것이 이 회사의 세 번째 운영 원칙이다. 2007년 충남 서천에 귀농해 두부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이상구씨(63)는 “일주일에 두 번, 오전 나절만 두부를 만들면 되니까 큰 부담이 없어 좋다”라고 말했다. 성암두부는 기계화 공정도 최소화했다. 사람이 할 일을 늘리기 위해서이다. 덕분에 이곳에서는 옛날 방식대로 사람이 줄자를 들고 식칼로 두부를 자르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잘려진 두부는 때로 크기가 들쭉날쭉하다. 그래서 직원들은 배달하는 두부 크기에도 신경을 쓴다. 운 나쁘게 작은 두부가 배달된 단골한테는 다음번에 큼직한 두부를 배달하는, 나름의 서비스 정신을 발휘하기 위해서이다. ‘로컬 푸드 포럼’을 운영하는 (주)이장 임경수씨는 이런 방식이 가능한 것이 ‘알음알음 경제’의 특성이라고 표현했다.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생산했는지 속속들이 알 때 장기적인 신뢰 아래 거래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서울·수도권을 제외하고 나면 친환경 시장이 너무 좁다는 것이 로컬 푸드 기업에는 제약이다. 이재국씨는 “1월 중 서천읍내에 직판장을 개설하려 한다. 두부 외에 쌀, 유정란, 생선과 제철 먹을거리까지 취급하게 되면 매출 규모가 커질 테고, 더 많은 일거리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주)생명살림 올리 청주가 깜짝 놀란 올리버거의 신화’ 2008년 4월 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은 (주)생명살림 올리(충북 청주)는, 두부보다 두부를 만들고 남은 콩비지에 눈을 돌렸다. 시작은 청주 YWCA가 사회적 일자리 사업인 ‘민들레 워커즈 콜렉티브’를 운영하던 2005년부터였다. 지역과 환경에 유용한 물건을 만들어 팔아보자는 원칙 아래 각종 재활용 물품을 생산하던 이 사업단은 이어 두부 제조·판매에까지 뛰어들게 됐다. 문제는 콩비지였다. “콩비지가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다는 얘기는 귀에 못이 박이게 들었는데 이를 그냥 버리려니 너무 아까웠다”라고 이혜정 생명살림 대표는 말했다. 그러다 생각난 것이 버거였다. ‘단백 그 뒤 콩비지 버거는 진화를 거듭했다. 먼저 ‘올리버거’라는 멋진 이름을 달았다(‘올[All]리[利]’는 ‘모든 생명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뜻이다). 개당 1900원인 올리버거 외에 올리계란버거·올리치즈버거·고구마버거(각 2300원) 따위 프리미엄 버거도 여럿 탄생했다. 맛도 일취월장했다. 초창기에는 콩비지만으로 맛을 내기 어려워 버거 패티에 돼지고기를 갈아넣기도 했다. 그러나 서른 번도 넘게 맛 개선 작업을 벌이며 땅콩·서리태·유정란 등을 첨가한 결과 이제는 고기 없이도 기존 햄버거를 능가하는 맛을 낸다. 못 믿겠다고? 수치가 보여준다. 지난 10월 한 달, 청주에서 팔린 올리버거는 1만 개가 넘었다. 어린이집이나 여성 직원이 많은 기업체를 중심으로 ‘건강에 좋고 맛도 좋은 버거’라는 소문이 나면서였다. 최근 올리는 한 달 매출 1400만~1500만원을 꾸준히 달성한다. 5명으로 출발했던 직원은 15명으로 늘었다. 노동부로부터 사회적 일자리 지원을 받는 여성 인력인데, 평범한 주부에서 여성 가장, 이주 여성에 이르기까지 면면이 다양하다. “세계화의 첨병이라는 햄버거를 여성들이 역이용해 지역 먹을거리를 살리고 있다는 게 뿌듯하다”라고 말하는 이혜정 대표는 올리야말로 여성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라고 자랑한다. 올리는 여성의 라이프사이클에 맞춘 조직 문화를 지향한다. 초겨울이면 김장 휴가를 주는 식이다. 로컬 푸드 기업, 아직 갈 길 멀어 로컬 푸드 기업을 표방했지만 식재료 100%를 지역 농산물로 채울 수 없는 것이 올리의 고민이다. “이 지역에서는 우리 밀 햄버거 빵을 생산하는 데가 없다. 부득이하게 전남 순천에서 빵을 사온다”라고 말하는 이 대표는 올리 같은 기업이 확산되고 소비량이 늘어나 모든 식재료를 지역에서 생산하는 날이 오기를 소망한다. 매출이 신장 중이라지만 순익을 내지 못하는 것 또한 고민이다. 때문에 올리는 요즘 각급 학교나 기업체·관공서 등에 올리버거를 이용해 달라고 권유하느라 바쁘다. 막 퍼주는 반찬가게, 성암두부 또한 마찬가지다. 로컬푸드 기업이 기업체로서 안정되게 존속하기 위해서는 대량 급식소를 거래처로 확보하는 것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주)이장 임경수 대표는 “로컬 푸드 살리기는 지역 농민에게 시혜를 베푸는 것이 아니다. 지역농이 살아야 도시민도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나 기업체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하기만 하다. 로컬 푸드 기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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