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하고 많이 비슷하지요.
동네도 비슷하고.
아주 약간 다른 것도 같은데...
좀 놀러가서 얘기나 해 볼까요? ㅎㅎ
투숙객들 모두 꼭 읽어보시고.... 소감을 좀 말씀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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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 <더부살이 프로젝트>,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 중
이미 확인했다시피, 대한민국은 아파트 공화국이다. 헌데, 어찌된 일인지 늘 집이 부족하다. 대형 아파트는 날로 늘어나건만 청년백수나 인생초짜들은 점점 더 살 데가 없어진다. 큰 집에 사는 이들은 우울증에 빠지고 집이 없는 이들은 궁상에 찌드는 이 기막힌 현실! 여기에 맞서는 최상의 전략이 바로 더부살이 프로젝트다. 원리는 간단하다. 택도 없이 비싼 원룸이나 궁상맞은 고시원 쪽방이 아니라, 서너 명씩 혹은 10명 이상씩 팀을 짜서 같이 사는 것이다. 돈도 절약될 뿐더러 주거 공간의 질도 아주 높아진다. 거기다 친구들까지 생기니 금상첨화 아닌가.
우리 연구실에서는 2004년부터 이런 식의 공동주택 운동을 해왔다. 이름은 서경재(처음엔 '낙산재'였다가 최근에 이름을 바꾸었다). 아주 소박한 규모로 시작했는데, 그 사이에 규모가 좀 커졌다. 현재 보증금 2천에 월 200만원. 50평 정도의 '대저택'을 12명의 청년들이 함께 쓰고 있다. 보증금은 나와 정경미(<<수유+너무 구로>의 회원)가 천만 원씩 냈다. 나는 일종의 스폰서고, 정경미는 원래 전세방에서 혼자 살다가 이번에 합류하면서 전세금의 일부를 보탠 것이다. 보증금만 해결되면 월세는 멤버들이 알아서 하면 된다. 현재 12명이 월 15만원씩을 내고 나머지는 연구실에서 매달 30만원쯤 보조해 주고 있다. 방 하나에 3명 내지 6명이 함께 쓴다. 거기다 게스트 룸까지 운영한다. 룸메이트는 아니지만 너무 늦어서 혹은 시골에서 상경했다가 못 내려가는 경우, 하루에 5천원씩 내면 하룻밤 잘 묵어갈 수 있다. 사생활 보장이 안 된다고? 염려 붙들어 매시라. 몇가지 윤리적 규칙만 준수하면 아무 문제 없다. 회사나 학교의 기숙사랑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 내용은 아주 다르다. 그저 싼 값으로 공간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규칙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함께 사는 것 자체가 좋은 훈련이자 공부가 된다. 특히 실물 경제를 익히는 데는 그만이다.
나 같은 스폰서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물론 이익이다. 천만 원으로 이렇게 많은 청년들의 숙소가 마련되는데, 이보다 더 멋진 돈의 용법이 어디 있겠는가. 천만 원을 은행에 저축했을 때 돌아오는 건 약간의 금리 뿐이다. 하지만, 이 돈을 더부살이에 쓰면 하나의 세상이
펼쳐진다. 12명의 청년들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세상이. 나는 그저 거기에 접속만 하면 된다!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얻는 격이다. 금리 따위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엄청난 대가를 받는 셈이다. 앞으로 돈을 더 많이 벌게 되면, 나는 이 프로젝트를 더 확장하고 싶다. 꼭 서경재 방식이 아니더라도 5,6명씩 함께 살 수 있는 주택 네트워크를 모색해 볼 작정이다. 여럿이 같이 사는 공동주택들이 서로 연결되면, 그것이 곧 마을이다. 일단 마을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개별 주거공간은 대폭 줄일 수 있다. 그러면서도 서로의 공간을 다채롭게 활용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꿩먹고 알먹고다. 이것이 야기하는 경제적 효과는 말할 나위도 없고, 무엇보다 지방이나 외국에서 온 방문객들이 마음 놓고 묵어갈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래서 나는 뜻있는 중년들에게 이렇게 권하고 싶다. 꼴랑 서너명의 식구가 4,50평 넓은 집에서 살지 말고 알맞은 평수로 줄인 다음 그 차액으로 주변의 청년들이나 독신자들이 함께 살 수 있는 공동주택을 운영해 보라고. 그게 아니면 두 세 가족이 공동으로 집을 마련해서 함께 사는 것도 좋겠다. 굳이 귀농을 하고 전원 주택을 짓는 것보다 이미 있는 집들을 재활용해서 주거공간의 배치 자체를 바꾸는 게 훨씬 낫지 않을가. 사회학적으로나 생태학적으로나.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마, '아파트 괴담'의 핵심은 부동산 정책이나 시세 따위가 아니다. 모든 사안을 떠나, 지금 같은 주거공간은 정말 치명적이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막말로 '지지고 볶는' 관계 아닌가. 지지고 볶고 부대끼다 보니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드는 것, 그게 가족을 지탱하는 원천이자 생명력이다. 하지만 요즘의 대형 아프트에선 그게 불가능하다. 3,40평에 두세 명이 살면 그건 무인도나 다름없다. 게다가 요즘은 각 방마다 화장실과 샤워실까지 갖추고 있으니 서로 동선이 부딪힐 일조차 거의 없다. 밥을 같이 먹기는 더더욱 어렵고. 부인과 남편 사이, 부모와 자식 사이에 정이 들려야 들 수가 없다. 이 상태로 가면 결국 일인가족의 코스를 밟을 수밖에 없을 터. 그래서인가, 아파트 광고에는 늘 우아한 여배우가 홀로 등장한다. 가족도 친지도 없으니, 그 넓은 공간을 채우는 것 오직 인테리어 뿐! 맙소사! 동화 속에 나오는 '유리의 성'도 이보다는 덜 썰렁했으리라.
그러므로 이제 필요한 건 부동산 재테크나 전략 따위가 아니다. 주거공간 자체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집이란 무엇인가? 집은 무엇으로 존재하는가? 집과 삶의 관계는? 등등을 허심탄회하게 탐구해야 한다. 그렇게만 되면 도시 안에서도 얼마든지 마을을 구성할 수 있다.
특히, 대학생이나 청년백수들, 그리고 독신자들 역시 적극적으로 이런 더부살이 운동을 조직해 보는 게 어떨지. 일단 주거에 들어가는 불필요한 비용만 줄여도 자립의 기반을 마련하기가 훨씬 용이하지 않겠는가. 어디 그뿐인가. 대학가에 떠도는 풍문 가운데 유학생 커플들 중에는 동거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주거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란다.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근데, 이런 방식이 왜 꼭 커플들 사이에서만 가능하다고 여기는가? 친구 사이, 아니면 아주 낯선 관계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동아리 모집도 그렇게 하지 않는가. 일단 누군가 제안을 하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다 보면 서로 의기투합하는 멤버들을 만날 수 있을 테고, 그 다음엔 함께 집을 구하러 다니면 된다. 다들 '시세' 운운하면서 겁을 주지만 실제로는 '틈새시장'이 사방에 널려 있다. 다만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걸 찾아내려면 발품을 열심히 팔면 된다. 그 과정 자체가 실물 경제를 익히는 최고의 현장이다. 그렇게 해서 둘, 셋 혹은 여럿이서 같이 살게 되면 사람살이에 대한 각종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서로 다른 리듬을 가진 존재들의 어울림과 맞섬! 그것을 체험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친화력과 리더십을 익히는 데도 그만이고.
근데 이전 서양의 귀족들은 자식이 자라면 무조건 기숙학교에 보냈다. 동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가학이 일반화된 시대였지만, 자기 자식을 직접 가르치는 경우는 드물었다. 멀리 있는 다른 문파에 보내 아예 그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공부를 익히도록 했다. 왜 그랬겠는가? 낯선 공간에서 가족이 아닌 타자들과 어울릴 때 비로소 어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시대 대학은 위태롭기 그지 없다. 다들 파편화되어 경쟁과 위계의 늪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 축을 뒤흔들려면 일단 주거 공간의 재배치가 절실하게 요청된다. 그런 점에서 '더부살이' 풍토만 자리잡아도 대학가에 청년문화가 되살아나는 데 큰 동력이 될 것이다. 청춘은 봄이다. 봄은 생성의 계절이다. 고로, 청춘들이 뒤섞여 살기만 해도 뭔가가 꿈틀거리게 마련이다. 그게 뭐든 상관없다. 뭐가 됐건 청춘을 역동적으로 체험할 수만 있다면 그게 곧 청년 문화의 새로운 장을 열어젖힐 것이다. 청년백수나 일인가족들 역시 마찬가지다. 주거 공간에 대한 고정관념만 바꾸어도 인생의 질이 달라진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아파트 토테미즘에도 치명적 타격을 안겨 줄 것이다. 자, 어떤가? 이 정도면 투지를 불태울 만하지 않은가?
손님
'재밌는 건 '이성'친구는 안되고 '동성'친구는 별말 없었다는 겅미.....'
'큭 동성친구는 보통 별말이 없지, 의심도 없고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동성친구와의 '진한' 스킨쉽을 보여주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 ㅋㅋㅋ'
스킨쉽. 보여주기 싫으면 안보여 주는거죠. 다만, 위의 댓글에서 보듯이 선생님은 '이성친구를(특히, 애인)' 데려오는 것을 싫어하신다고 쓰여있네요. (제가 잘못 이해한건 아니죠?^^) 동성친구는 별 말 없다는 것도 댓글에 쓰여 있구요.
위의 댓글이 사실이라면, 추정해보건데, 동성친구와도 충분히 연인 사이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선생님은 인정하고 있지 않으신 듯 하군요. 그것을 기반으로, 선생님께 동성친구도 충분히 연인사이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드린다면, 선생님의 고정관념, 즉, 동성친구와는 별 일(?) 없을 것이니, 데려와도 혹은 한 방을 사용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전환시켜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적어본 댓글입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지적해주세요.
-우마-
손님
흠. 나는 애초에 고 선생이 '이성친구'를 데려오는 것만 못마땅해한다는 얘기를 쓸 때, 그것을 '이성애중심사고'라고만 생각했지, 호모포비아에서 비롯되었을 거라곤 생각 안했어. 어쩌면 이성애중심주의 자체가 호모포비아를 전제 혹은 포괄할 수도 있고 그것보다 더한 무언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우마의 방식이 어떤 면에서는 경종을 울리는, 위트 있는 액션이라고 생각했는데(물론 참신하진 않지 ㅋㅋ) 고 선생님이 말한 룰은 어찌 해석해도 이상할 거 같은데. 비어있는 방을 쓰는데 '애인은 안된다'도 아니고 '이성은 안된다'고 했다면, 그 '이성을 데려오면 안되는 이유'가 섹스로 연결되어서고 (남+여= 섹스로 연결되는 것은 호모포비아를 떠나 웃긴거라 생각하지만) ...그래서 그간 '동성'친구를 데려오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게 섹스 때문이었다면 '우리 애인이에요'란 싸인을 보내주면 어떨까 하는 건데(애인=섹스연결도 무리수긴 하지만 ㅋㅋ 뭐 둘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은 맞으니)
세상엔 이성애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고 말하는 액션으로 그런 행동으로 깨워줄 수 있는 게 아닌가. 특히 이 상황에서는 '환기'인 거지, 애초부터 그 사람이 모른다고는 생각하지 않아...물론 현실에서 너무 자주 잊어버릴 수도, 그게 바닥 깊이 뿌리박힌 포모포비아와 겹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방법으로 깨워줄 수도 있다고 생각해. 행여나 그 사람에게 그게 환기가 안 된다고 해서 '그런 기운 쓸 필요없다'는 아닌 거 같은데. 그니까 우마가 말한 '의심'이란 그냥 고 선생이 이성이 한방을 쓸 때 가지고 있는 그 '의심'이랑 같은 게 아닌가 하는......
쓰고보니 좀 미안해지네 ㅋㅋ 낙산재의 실제 운영원칙이 정확히 그건지 알 수 없는뎀...아무튼 섹스가 금지되어 있는 공간은 뭔가 주거 같지가 않아ㅠㅠ 고시원보다 비극적이야.
이 글 그대로 빈집이 가져다써도 말이 될 것 같고. 빈마을 얘기를 그대로 하고 있는것 같네. 아주 약간 다른 부분이라는게 음. 몇몇은 짐작이 가지만 잘은 모르겠고. ^^ 거의 비슷한 것 같아. 빈집 빈마을 컨셉에, 빈집이 추구하는 확장과도 같은 의미. 특히 보증금이랄까. 혹은 확장에 기여하고자 출자를 하는 이들에겐,
[나 같은 스폰서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물론 이익이다. 천만 원으로 이렇게 많은 청년들의 숙소가 마련되는데, 이보다 더 멋진 돈의 용법이 어디 있겠는가. 천만 원을 은행에 저축했을 때 돌아오는 건 약간의 금리 뿐이다. 하지만, 이 돈을 더부살이에 쓰면 하나의 세상이
펼쳐진다. 12명의 청년들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세상이. 나는 그저 거기에 접속만 하면 된다!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얻는 격이다. 금리 따위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엄청난 대가를 받는 셈이다. 앞으로 돈을 더 많이 벌게 되면, 나는 이 프로젝트를 더 확장하고 싶다]
?이 부분이 아주 재밌게 읽히는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