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음, 지각생

힘내요 

그리고 미안해요

(우마는 미안하다기 보단 고맙고.. )

지치지 않도록 나만 먼저 지켜버렸다는 반성과 함께..

이제 지치지 않아야 될 사람들을 함께 지켜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빈집에 공동전제가 명확히 없어서 힘든 일이라면

공동전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빈집 선언문을 어서...


기리까이가 필요하다면 그렇게 해야할 때가 된 거 아닌가 싶어요

한발 옆에서 빈집을 지지하고 지켜보면서 

때론 이웃처럼 덤덤하게, 때론 가족처럼 문제가 나면 쉬이 방관하지 못하게 된 사람으로서

몇마디 말씀을 드리면...


공동체에서 마찰을 빚기 가장 쉬운 경우가.. 

친절하게 알려주지도 않고 알아서 안 한다고 불만을 표하는 경우 혹은 반대로, 난 잘못한 게 없는데 상대편이 지속적으로 지친 얼굴을 보여주는 경우라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원랜 말로 일러주는 걸 되게 귀찮아하는 스타일이었어요... 

'눈으로 말해요(이런 노래...있죠ㅎ)'가 최고의 미덕인 줄 알았다는..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어떤 선생님이 있는데, 

그분이 상대방의 감정에 관한 부분조차도.. 물어서 명확한 발화를 요구하려는 경향이 강한 걸 두고 

뭘 그런 걸 확인하려하느냐고 눈치로 알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눈치로 알아서 이해하길 바라는 문화는 건강한 문화가 아니다'라고요. 

이 말 듣고 깨달은 바가 무척 컸고.. 

이후로 의식적으로 되도록이면, 눈치가 발생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려고 애쓰게 되었어요.

눈치가 오가기 전에 미리, 이런 상황에는 이렇게 하기로 하자.. 이건 이렇게 다루는 거다..라고 

관계의 룰이나 공간 사용의 룰을 객관화해서 알려주고 가르쳐주려고 노력해요 

가르쳐주지 않고 알아서 하길 기대하는 건 폭력이고.. 건강하지 못한 관계로 가는 지름길...이 되는 것 같아요..


기존의 만들어진 공간 중에도 보면
처음 들어섰을 때, 나의 역할이 분명하게 들어오는 공간이 있고
그렇지 않고 모호해서 일을 알아서 찾아야 하는 공간이 있는데
후자의 경우는, 나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역시나 자기 역할을 몰라 
모두가 직무유기인 상태로 방치해놓아서 손데면 한도 끝도 없고... 안 데자니 갑갑한 상황..
그래서 일 잘하는 소수가 진만 빼다 도망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곤 하죠... 
저는 이 차이가 대단한데 있는게 아니고, 단순히 가이드/표지판/매뉴얼의 차이라고 봐요..
처음 방문한 사람도 잘 적응할 수 있게 되어 있던 공간에 대한 기억으로는..
오래전에 수유너머의 까페에 들어섰을 때(A4가득 적어놓은 안내문이 탁자 유리판 아래 깔려 있었는데 그 '종이 한장'이 이렇게 공간을 평화롭게 만드는 구나.. 싶었어요)랑 
제가 4인실 기숙사 생활을 했을 때의 느낌이 그랬어요. 운 좋게 방장언니를 잘 만났던 건데, 

내가 여기서 이런 이런 것만 지키면 되는 구나, 나는 이날 청소를 하면 되는구나 하는 그런 '감당 가능한 빈 자리'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달력이 방문에 붙어 있어서 그 '달력'에 내가 청소가능한 날에 내 이름자 하나 적어놓기만 하면 되고, 화장실에는 내 물건 놓는 칸이 명확히 비워져 있고 해서.. 기숙사에서도 전혀 감정 상하는 일 없이 친하게 잘 지낼 수 있었어요...


그러니까 '종이 한장의 차이'인 거에요... 


빈집같이 너무 개방되어 있고, 

공통의 합의된 전제가 너무 없고 

그덕에 너무 다종다양한 각기 다른 기반 위에서 회의를 하다보니.. 

합의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그 합의구조도 복잡한(물리적,감정적 소모가 큰) 그런 구조에 

사실 저 자신부터가 들어갈 자신이 없기도 해요...

그래서 지금도 빈집처럼 여럿이서 살고는 있고 앞으로도 집이든 작업실이든 누군가랑 공간을 같이 쓰는 형태로 가겠지만

빈집이라는 지붕 아래 같이 들어가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라는 느낌이 있어요...


전에 정보공개센터에 계신 분이 자기 사무실에는 결재시스템이 없다고 했던 말이 생각나요.... 

다른 시민단체에서 일할 때 그러한 결재시스템에 이골이 났었나보더라구요

사무국장 아래 2인의 상근인력 이렇게 총3인 밖에 일하지 않는 사무실인데도.. 

아래사람 의견에 대해 결재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존경을 표한적이 있는데 

정확하게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그게 가능하기 위해 보다 확실한 가이드가 있었으리라 짐작되지만.. 

아무튼 그 망할 결재 시스템 때문에 남대문은 홀라당 다 타고...  해운대 고층아파트도 꼭대기층까지 다 타버렸죠..


빈집 역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홀라당 다 타버릴 때까지 누구도 손 쓰지 못하거나, 손 쓰는 사람이 옴팡 고생하고 그러고도 되려 욕 먹을 구조라면...


이쯤해서... 빈집에는 혁명이 일어나야 하는 거 아닌가요....


폴라니 거대한 전환 마지막 장처럼... (http://binzib.net/xe/?document_srl=28104)

모두가 제각각 편의대로 생각하기 십상인 '자유'라는 딜레마에 빠지지 않으려면... 

모두의 자유를 위한 좀 더 꼼꼼한 세밀한 선언 혹은 전제가 필요한 거 같아요


저는 때로는 일 잘하는 한명 혹은 소수가 초기 기반(공통의 전제..)을 닦아놓고 가는 구조가 열린 구조 개념과 절대 배치되는 거라고 생각진 않는 사람인데...


마감일을 정하고 이걸 작성할 사람에게 브랜디는 아니어도 맥주와 커피와 담배를 제공합시다....

이건 미안하지만 일 잘 하는 사람에게 맡깁시다..

의견 내고 싶은 사람은 같이 붙어서 만들거나 독자적으로 만들어 봐도 되고 

몇종류가 나온다면 다수의 지지를 얻는 선언문을 채택하거나 여러 건을 수정보완한 다음 다시 표결에 부칠 수도 있겠죠...

(유명한 선언문들은 다들 어떻게, 누가 쓰는 거지... 궁금하네요..)

혹은 여러 종류의 독자적 운영체제를 가진 빈집들이 탄생해도 되겠죠...

다른 정치체를 가진 도시국가처럼 말이죠... 빈집사이즈의 나라가 생기는 거에요...

4년마다 올림픽하고.... 4년마다는 그렇고... 암튼.. 

회의 덜하고 독자적으로 가도 아무 문제 안 생기는 유연한 연합체였으면 좋겠어요.... ;;;


그러니까... 제프가, 혹은 희공이 자기 살던 집을 빈집에 손 뻗고 연합하는 형태는 바람직해 보이지만,

지음살구네가 엄마아빠같은 큰 온실이 되서 밑에 식솔들을 거두면서 집을 불려 나가는 형태가 되지는 말았음 좋겠어요

스스로 책임지는 부분이 적을 수록, 누군가의 기획에 편히 기대고 싶어지고 가끔 또 속편히 반항도 하게 되는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가게회의에서 간혹 느끼는 거지만...

고민 많이 하고 의견을 많이 내놓는 사람들이 

수수방관하는 사람들에게 눈치를 보는 상황이 되는 거.. 

이거 정말 나빠요


사람들의 자발적 협력을 위한 빈자리를 명확히하기 위한 안을 어여 만들고 가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모두가 일을 감당가능한만큼 조금만 해도 유지가 가능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 수 있는

그런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사람들이 안을 만들어 보는게

이런 저런 일들을 막 벌여 나가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봐요


그리고 회의 관련해서 

두가지 제안.. 


회의는 두시간! 이상 하지 맙시다.. 

회의 시간이 긴 회사는 망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길다고 잘하는 게 아니라.. 진 다 빼고 알맹이 없는 얘기만 늘어놓는 경우가 많은게 아닌가 싶어요.. 

시간만 칼같이 지켜 끝내고.. 

나머지는 역할 분담하고 끝~ 이게 제일 좋은 거 같은데.. 

회의보다는 

자발적 제안서를 쓰게 하고 

이에 대해 몇사람의 동의만 있으면,

제안한 사람이 실행하도록 하거나 희망 인력이 들러붙거나 해서 가는 분위기가 더 좋은 거 같고요..

저는 거의 가게 회의만 참석하는 사람이지만 

회의가 오늘 또 분명 길어질 거라고 생각하면, 혹은 오늘은 또 누가 넋두리 늘어놓을 차례인가...하는 생각이 들면

그냥 두려워져요... 피하고 싶고... 


사실 빈집에 들어가기 가장 부담스러운 거 중에 하나가.. 

회의가 도대체 몇개야...하는 겁니다

일하기 싫다고 모인 사람들이 모여서 맨날 일하고 있으니... 너무 빡센거 같아요

회의 과감하게 줄이면 어때요

걍 허용되는 한에서(회의를 줄이고도 소통이 가능한, 자발적 실행력은 더 높아질 수 있는 가이드를 만들면 좋을 듯)

누구든 먼저 지르고 누군가 또 보완하고... 이렇게 가면 좋을 거 같은데...

메모할 시간에, 안건으로 올릴 시간에 (리스크가 없는 거라면) 간단한 건 곧장 실행해버리고하면

회의는 결과보고 위주로 가면서 슬림해질 수 있잖을까 싶어요

회의에 임하는 고정멤버(보면 출결이 너무 자유로워서 왠만하면 빠지고말게되는 분위기 팽배;;)가 

생기기 위해서라도 회의시간이나 종류는 줄어들어야 한다고 봐요..

이거 제사 많은, 집안일 많은 분위기가 되는 거... 좋지 않은 거 같아요..


빈마을처럼 소통이 중요한 마을에서 

회의를 줄이는 방법 중 하나가 선실행 후보고 식으로 

온라인이나 빈가게 벽보 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해버리는 건데.. 

적어도 온라인게시판이나 빈가게 벽보 둘 중 하나에는 관심을 가지는 걸 빈마을주민의 의무로 여겼으면 하는 바램이 드네요.. 

그리고 그렇게 두 알림판에 정보가 집결될 수 있도록 유도를 해야겠죠... 


가게에 가면 지친 얼굴들이 있어요

손님으로서든 친구로서든 지친 얼굴을 오래 마주하는 건 조금 힘든 일입니다...

공통전제가 달라서 지쳐 있을 수도 있고,

조직적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못 찾아서 그럴 수도 있는데

그 기간이 길어지면 

가장 손쉬운 해결책이 개인이 공동체에서 끈을 놓아버리게 되는 거 같아요

라브가 지쳐 있었고

디온이 오래동안 지쳐있고

지각생 역시 오래동안 지친 얼굴을 하고 있었어요

이젠 늘 웃는 줄 알았던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 생각했던 지음 마저 지쳐있네요...


이제 빈집 시즌 쓰리가 시작될 때가 아닌가 싶어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빈집 선언문과 함께 빈집생활수칙 같은 걸 만들었으면 해요

저는 지음이랑 우마를 추천해요

현재 빈집에 대한 고민을 가장 구체적으로 하는 사람인 거 같아서... 

그 외 기쁜 얼굴로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은 자발적으로 더 붙어도 좋을 거 같아요


정리 안 된 글 주절주절 길게 해서 죄송해요... 

암튼... 모두 힘내고요

빈집 선언문 어서..... 


그리고 아침에 공부도 같이 해요

책 읽으면서 15분쓰기하면서 빈집에 살면서 하게 되는 고민도 나누게 되고

책 속에서 해결점도 만나게 되는 거 같고... 

빈집 식구가 되려면

한종류의 글쓰기모임을 겸한 읽기모임에 들 것..ㅎㅎ

이런 게 있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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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주는 문화를 고맥락의 문화...라고 얘기하는 분도 있네요.


..... '고(高)맥락의 문화'도 박씨가 지적한 한국 조직문화의 문제점 중의 하나다. '고맥락의 문화'란 '말하지 않아도 눈치껏 알아서 상황을 파악해서 행동하는 것을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문화'를 뜻한다. "우리나라의 조직사회는 '눈치도 없느냐'면서 구성원들이 알아서 행동할 것을 강조하잖아요. 팀 회식 자리를 예로 들어볼까요? 막내는 말석에 앉아 재빨리 물을 따르고 수저를 놓죠. 중간 정도 지위를 차지하는 팀원이 팀장의 기호를 파악해 메뉴를 결정하면 막내는 곧바로 음식 나르는 사람을 불러 주문을 넣습니다. 이런 일에 능하지 못하면 '요즘 애들은 버릇없다'는 말을 듣기 십상이죠. 그러나 어느 집단에서든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나 그런 상황이 적지 않게 등장하게 마련입니다. 이런 경우 조직 내의 커뮤니케이션에는 한계가 생기죠."....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10/29/201010290196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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