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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다. 곧 빈집에 투숙을 한지 일년이 다 되어간다.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 빈집에 들어왔을 때 사람들이 날 환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다들 서툴고 바빠보였다 그래서 내가 얼마나 서툴고 바쁜지 신경써주지 못했던 것 같다
뭐라 하지,
다들 파이퍼를 궁금해 하는 게 아니라
파이퍼라는 사람이 공동체의 구성원이 되었고
공동체는 000한 공간이니 여기에 맞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행동으로, 말로 내게 전달하는 곳-이게 빈집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그땐 몇 사람을 싫어하기도 했다
나에게 주거공동체가 어떻고 저떻고-를 알리기 전에
'나'를 궁금해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그래서 몇주 안 가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못 버티고 얼마 후면 나가게 될 거라고 은연 중에 확신했다
그만큼 이 공간에 섞이지 못했다
그랬는데 어쩌다 일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어찌저찌 적응하고 (정착까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확실히 적응은 되었다)
처음에 서운했던 감정도 지내며 얘기하다보니 그럭저럭 희석됐다
새 빈집과 다른 여러가지 일들에 대해 궁리하느라 바쁘고 심지어 때로는 즐겁다
내가 환대를 덜 받았고 더 받았고를 따지는 건 이제 멈추었다
내가 처음 원했던 것처럼, '사람'에 집중하고
무례하지 않은 선에서 궁금해하려 노력한다
유약한 날 받아준 빈집과 더 함께 하고 싶어졌고
빈집이 오래도록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뿐이다
이 글을 왜 적기 시작했지,
그냥 일기에 혼자 쓰기엔 나누고 싶고 메신저로 가볍게 전달하긴 싫어서
게시판에 주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