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260
자기는 감기에 걸렸다. 감기란 건 꿈결을 걸어다니는 거 같다. 현실이 현실감이 없다. 비척거리면서 병원에 갔으나 "초진에는 신분증이 필요하세요"라는 친절한 멘트를 듣고 병원 문을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오는 길에 약국에 들러서 종합감기약을 샀다. 은평구는 종합감기약이 2천원밖에 안한다. 엄청난 물가! 집에 와서도 푹 누워있었다. 자기는 요즘 은평집 2층 큰방에서 오르골을 듣는데 며칠전, 빈집 식구가 와서 누워있는 자기와, 오르골이 흐르는 공기를 마주하더니 "뭐죠 이 평화로운 분위기는? 모빌 달아주고 싶네요."라고 하고 나갔다. 오늘도 오르골을 들었다. 자기는 그럴 때 포근하고, 사랑받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상 자기의 어쩌구 아무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