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가뭄에 콩나듯 귀한 빨간 날, 게다가 부처님께서 2010년 5월의 금요일을 점지해주시사 맞이하게된 금토일 황금연휴. 평소의 '금금금'에 대비되는 '일일일'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모두에게 오아시스 같았던 이번 연휴. 빈집 식구들은 자전거에 깃발을 동여매고 팔당으로 나섰다. 집결지는 광화문 발바리 공원. 30명 가까운 사람들이 모였다. 모두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작년에 빈집에서 <더불어사는 집> 상영회할 때 오셨던 이현정 감독님도 보인다.
<광화문 발바리 공원에 모인 발바리들>
얘기는 이렇다. 팔당은 1,200만 서울 사람들의 식수가 공급되는 곳이라,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지역이다. 그래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그렇게 깨끗하다는 아리수. 아무 것도 할 수 없기에 '친환경 유기농'이 유행이 되기 훨씬 전부터, 태생적인 유기농업이 자리잡고 있었던 곳이다. 30년 역사의 유기농업 단지. 이명박은 대통령 후보 시절 이 곳을 방문하여 "유기농만이 살 길이라며, 대통령이 되면 청년들이 들어와서 유기농단지가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김문수 경기도 지사는 팔당의 유기농 단지를 대대적으로 홍보하여 2011년 세계 유기농 대회를 이 곳으로 유치한 바 있다. (겨울철에도 연탄 한 장, 석유 한 방울 없이 지하수의 순환만으로 온도를 유지하는 이 곳의 수막재배는 유명하다고 한다. 딸기맛은 정말 일품이다.)
<팔당을 방문하여 상추 세레머니를 하고 있는 MB와 팔당 유기농대회를 유치하며 만세 세레머니를 하고 있는 문수>
물론, 이들은 이 후 말을 바꾼다. MB는 죽은 강도 벌떡 살아나게 한다는 콘크리트와 삽을 들고 나섰고, 문수는 유기농도 좋지만 무단경작은 좀 정리해야 한다며 까만 헬멧의 공권력을 보내기 시작했다. 수식어들은 거창하다. 강도 살리고, 생명도 살리고, 물도 이용하고, 법도 지키고. 그리고 공원도 만들고, 공연장도 만들고, 자전거 도로도 만든다고. 물과 뭍의 그 경계없음, 그 무─경계에서 생명들의 뒤섞임, 그 도가니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창조와 진화의 하모니를, 듣기도 보기도 싫다고, 그 아름다움을 견딜 수 없다고 그 곳에 콘크리트를 부어, 한강둔치 같은 레저공간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4대강의 before & after: 생명의 장인 팔당 두물머리와 죽음의 장인 한강 콘크리트 둔치>
우리가 자전거를 타고 찾아간 곳은 농성이 진행되고 있는 두물머리라는 곳이었다. 두물머리, 그 땅 끝에 서니 이 쪽에서 큰 물 한 줄기, 저 쪽에서 큰 물 한 줄기가 흘러들어와, 뒤섞여 서울로 유유히 흘러 들어간다. 알고보니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곳이다. 두 물이 만나는 곳이라해서 붙여진 이름 '두물머리'. 두 물이 만나 새로운 물줄기가 되고, 서로 다른 생명들이 뒤섞여 다시 함께 살아가는 성스러운 장소인 것이다. 이 곳까지 한강의 콘크리트가 연장되고, 춘천의 콘크리트까지 이어지는 것이 4대강의 계획이다.
어느 날 부터, 물을 살리겠다는 '친환경 드립'에 자전거도로를 내고 공연장 만든다는 '레저 드립'이 추가되더니, 쫄바지와 에얼리언 헬멧, 까만 선글라스로 중무장한 레저 바이커들이 찾아와서, 4대강 찬성집회를 하질 않나, 그게 또 팔당 주민들간의 민─민 갈등으로 언론에 보도되질 않나, 팔당인들의 자전거에 대한 비호감은 급상승하고 있었던 중이었다. 이러한 사연 속에 팔당으로의 떼잔차질이 제안되었던 것이다. 생명을 죽이며 만든 자전거 도로 따위 필요없다고. 자전거 도로 반대하며 자전거를 타자고. 자전거의 도로는 콘크리트와 석유로 점철된 자동차의 길을 없애면서 우리 스스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우리는 외쳤다.
<남양주 경찰들을 긴장시켰던 우리의 구호들, 차선 하나를 점거한 채 달린다>
전체 4대강 공정률이 20%를 넘어가고 있는 이 시점에도, 삶의 터전과 삶 그 자체를 지켜나가고 있는 저항으로, 팔당은 아직까지 4대강 공사가 시작되지 못한 유일한 지역으로 남아있다. 이 곳에서 싸움을 시작하자. 이 곳에 죽음의 삽과 콘크리트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고, 그 힘으로 두 물을 따라 부어지고 있는 콘트리트를 걷어낼 수 있도록. 다시 그 힘이 낙동강, 영산강, 금강으로 전해질 수 있도록. 자전거도로 반대하며 자전거를 달리고, 콘크리트 공연장에 반대하며 자연 속에서 공연을 하고, 생명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두물머리에서 에코토피아를 개최하자.
그리고 당장은 두물머리에 가보라. 후기를 아무리 열심히 써도, 그 생명들의 경이로움, 그 흙들의 보드러움, 그 강변의 넉넉함, 그 사람들의 아름다움은 전해지지 않으니. 직접 보고 만지며 느끼자. 지킬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_moya @hellomoya
덧, 두물머리에서 함께 보았던 '푸른영상'의 짧은 영상 <강의진실>, 슬픔과 분노를 느껴요.
나두 가고 싶었는데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