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조회 수 2846 추천 수 0 2016.09.06 11:16:10

우리는 한밤중, 빈마을을 살펴보는 빈마을 도적단이다.

우리의 목표는 밤의 빈마을에 안부를 묻는 것.

그러나 도적단이란 이름을 달았기에 우리는 필연적으로 무언가를 훔쳐야한다.


어젯밤, 우리는 정민과 웅기의 집에서 쥬스 한모금을 훔쳤다.

어젯밤, 우리는 윤우와 서원의 집에서 무언가를 점령했다.

어젯밤, 우리는 우정국에서 주말을 훔쳤다. (대신 월요일을 가져다놓았다)

어젯밤, 우리는 주력발전소에서 주력을 훔쳤다.

어젯밤, 우리는 사랑채에서 멍니러니의 사랑을 훔쳤다. 

구름집에는 귀찮아서 가지 않았다.


우리는 (아마도) 계속 빈마을을 돌아다닐 것이다.

살금살금 집 문을 열고 들어가 한밤, 모두가 자고 있는 그 시간에 빈집은 어떤 모양새를 하는지 관찰할 것이다.

식탁 위에 맛있는 게 놓여져 있으면 한 입 먹고, 아무도 쓰지 않는 거실에 불이 켜져 있으면 불을 대신 꺼주기도 하면서

우리는 이렇게 종종 빈마을을 돌아다니며 빈마을의 밤에 안부를 물을 것이다.


다음 번에 훔칠 것은 빈마을의 불안이다.

우리의 쪽지를 불안의 마음으로 읽지 않고, 기대의 마음으로 보게끔 하는 것이 다음 목표.

이번엔 무엇을 훔쳐갈지, 대신 무엇을 가져다둘지

심심한 밤을 우리를 생각하며 보낼 수 있도록 하라.

(불안하셨던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다음엔 더 유쾌한 메세지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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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2016.09.06 18:03:57

재미있네요ㅎ

나마쓰떼

2016.09.06 20:08:15

첫 번째 메세지를 읽고 불안해하는 단투 분에게 어떤 상황인지 설명하지 못한 당혹감이 도적단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졌네요. 취지는 대강 짐작하고 있었지만, 첫 번째 메세지가 좀 더 유쾌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어요. 아무튼, 도적단 활동하시는 분들 큰 마음 내어주어 고맙고, 태클 걸어서 미안합니다. 앞으로 유쾌한 활동들이 계속 이어지길 응원할게요~!

손님

2016.09.06 22:24:04

고 고 고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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