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오랫동안 빈마을에 있던 사람이 아니라면, 저에 대해서는 잘 모를거라 생각합니다. 성재라고 합니다.

현재는 홍부집에 단투를 하고 있지만, 해방촌에 거주하는 것도 아니고, 홍부집에도 잘 못 들어가고 있습니다.

실질상 일을 하는 곳은 서울이어서, 홍성까지 내려가 쉬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고 있으니까요.

남들이 이야기하는 프로그래머라던가, 시스템 엔지니어라던가, 해커라던가 하는 일을 하는 축에 속하지만,

실제론 어느 회사에 다니고 있지도 않습니다.


어디서든지 자유롭게 일할 수 있겠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실상은 그렇진 않습니다.

항상 사람들과 만나야 하고, 이야기해야 하기 때문에,

일을 줄 수 있는 사람들, 일을 처리하기 쉬운 곳과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빈 컴퓨터 가게는 다른 빈마을의 공간들과는 다르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본래 공간을 이용하기로 이야기하였던 조합원들은 각자가 일을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는 곳에서 빈 컴퓨터 가게와 면밀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컴퓨터와 관련한 문제를 해결해주기도 하고, 주변 단체에게 컴퓨터가 필요해서 주문이 필요하면 주문을 받고, 컴퓨터를 조립해서 전달해주기도 합니다. 부탁할 만한 일이 있다면, 아쉬운 소리도 한 마디씩 하면서 부탁도 들어주고요. 오다가다 수리가 안되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방문해서 일을 해결하고 가기도 합니다.


이 공간이 필요없는 공간이냐면, 그렇진 않습니다.

빈마을의 구성원이나, 빈마을의 친구들도 방문하고 도움을 얻는 곳입니다.

따라서 빈고의 이용금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공간 자체가 사라지거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갑작스레 도움을 중단하는 일도 없을 겁니다.


빈마을과 인연이 있던 사람들이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예전에 해방촌에서 만났던 **에요.'라며 인사를 하는 것도 그대로일테고,

'예산이 이러저러해서 조건에 맞출 수 있을까요?' 라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친구들도 그대로 일테고,

'이번에 새로 컴퓨터 살 건데, 뭐가 좋을까요?' 라며 물어보는 친구들도 그대로 일겁니다.

'오늘 몇 시까지 문 열어요? ** 구입할게요. 가지러 늦게가도 되요?' 라고 말하는 친구들도 그대로 일 겁니다.


그리고 컴퓨터를 들고 온 친구에게 컴퓨터 수리를 해주고도

'자기도 힘들게 컴퓨터 들고 와줬잖아요. 이런 걸로는 돈 받지 않아도 되요. ^^'

라며 웃어주고 환대하는 것도 그대로일 겁니다.

식사 때 방문하는 친구들에게 '같이 밥 먹고 가요.' 라고 말하는 것도 그대로일 겁니다.


이용금 재사용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만약 운영위원회의 결정에 의해 이용금을 반환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봤습니다.


이 공간은 사라지지 않고 이전과 다름 없이 존재하겠지만,

그냥 이런 멋진 공간을 빈 컴퓨터 가게라고 소개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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