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에서 지내던 어느날의 일이다. 여느때처럼 좁은 거실에서 여러 명이 빈둥거리며 수다를 떠는 와중, 문의 전화가 걸려왔다. 옆방으로 가서 한참 통화를 한 친구가, 거실로 돌아오더니 말했다.
"중년 아줌만데, 좀 상황이 안좋은가봐. 뭐, 횡설수설하면서 신세 한탄을 한참 하더니.. 뭐, 남편이 폭력적이고 큰아들도 그런거 같은데. 아무튼 그러더니 여기 오고 싶다고 하는데, 자기 아들을 보내고 싶다고 하는건지, 자기가 오고 싶다고 하는건지도 잘 모르겠어."
"그런 전화, 좀 오랜만이다. 그치?" 다른 한 친구가 끼어들었다.
그런 전화가 뭔지는 분명치 않았지만, 나는 반사적으로 그런 전화가 많이 걸려오냐고 물었다.
"응, 꽤 자주 와." 전화를 받았던 친구가 대답했다.
"아무튼, 뭐 와서 지내보셔도 된다고 했어. 근데.. 그 아줌마가 갑자기.."
그는, 약간 은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빈집에서는 사람들이 안싸우죠? 그렇죠? 그러는거야."
잠깐의 침묵 후, 우리는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그 이름모를 중년의 아줌마에 대한 안쓰러움을 느끼면서.
"그래서, 뭐라고 했어?"
"응, 뭐. 우리 싸워요. 맨날맨날 싸워요. 그랬지. 그랬더니, 아 그렇군요. 거기도 사람사는 데군요. 그러더라."
(디디, 커뮤니케이팅 꼬뮨즈 중)
<빈고 4월 과식책읽기 : 빈집 메들리>
올해도 공동체은행 빈고는 조합원들과, 그리고 미래의 조합원들과
함께 공부하고 수다하는 여러 모임을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읽을 것을 정해서 그날 하루 맛있는 것을 잔뜩 먹으며
같이 읽고 이야기하는 '과식 책읽기 모임'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전문적인 학습이라기 보다는 읽을거리를 사이에 두고 서로의 생각과
삶을 나누는 편하면서도 진지한 모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같이 읽을 것은 디디의 빈집에 대한 긴 글 '커뮤니케이팅 꼬뮨즈'(여행자들의 공산주의)와
지음이 지금까지 써온 빈집에 대한 글들입니다.
별다른 사전지식이나 준비가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한가한 토요일 시간과 주린 배면 충분합니다.
당신을 기다립니다.
일시: 4월 23일(토) 오전 11시 ~ 오후 6시
장소: 옛 카페 해방촌(서울시 용산구 용산동2가 19번지 1층)
빈마을 우정국(서울시 용산구 신흥로 7길 35-5번지 2층)
문의: 010-3058-1968(빈고폰)
대상: 누구나
준비물: 가벼운 마음
참가비: 5,000원 이상(식비+공간분담금)
※읽을거리를 미리 뽑아야하니 오실 분은 댓글,메일,문자(010-3058-1968) 등으로 미리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