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시위, 친환경급식, 알콜중독, 최저임금, 가난한 뮤지션 등등>
윗 글에 달린 아래 덧글은 아마도 확실히 존도우의 것일텐데...
몇마디를 붙입니다.
"육식동맹의 근원은 달빛요정의 노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동맹이랄것도 없는 수준이지만, 한끼 식사비, 최저임금 4110원 이하의 부담 아래서 기분좋고 충분한 육식이 가능할까? 라는 고민에서 나온 아이디어 였었죠. "
달빛요정이 저렴하고 '기분좋고 충분한 육식'을 노래했다는 말일까?
" 고기반찬 고기반찬 고기반찬이 나는좋아
아무리 노래가 좋아도
아무리 음악이 좋아도
라면만 먹고는 못살아
든든해야 노랠하지
고기반찬~ "- 달빛요정 <고기반찬> 중
여기서 '고기반찬'의 반대가 되는 것은 '라면'이다.
그리고 '고기반찬'을 먹어야 하는 것은 노래를 위한 최소한의 '든든함'을 위해서다.
'고기반찬'은 '고기'와 다르게 그것만을 먹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밥'을 위한 것이다.
'고기'가 비싼 돈을 주고 사먹어야 하는 것인데 반해, '고기반찬'은 밥을 하며 자신 혹은 가족이 손수 만들어 먹는 것이다.
그에 비해 '라면'은 밥이 아닌 것이다.
'고기반찬'은 '기분좋고 충분한 육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본에 종속된, 고립된 삶을 상징하며, 건강을 갉아먹는, 음악을 할 수 없게 하는 '라면',
그것을 거부하기 위한 것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하루 하루 살아 있는게 기적같아
고맙지만 사람답게 살아보고 싶어
[도토리] 이건 먹을 수도 없는
[껍데기] 이걸로 뭘 하란 말야
[아무리] 쓰래기같은 노래지만
무겁고 안 예쁘니까
이슬만 먹고 살 수는 없어
도토리 싫어
라면도 싫어
다람쥐 반찬 싫어
주려면 좀 많이 주던가
팔아서 고기반찬 해먹게 "
- 달빛요정, <도토리> 중
'도토리'는 거대자본이 발행하는 화폐다.
이것은 먹을 수가 없다.
말그대로 '껍데기'에 불과한 것이다.
그나마 아주 많이 벌 수 있다면, '팔아서' 먹을 수 있는 것을 교환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방법이다.
사람답게 살 수 있기 위한 것이 아니다.
재밌는 건, 국가에서 통용되는 화폐 역시 '도토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좀 더 사용처가 넓어지겠지만,
먹을 수 있는 게 아니고, 껍데기에 불과한 것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많이 있다면 그나마 살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그렇다고 해도 자본과 국가 안에 갇힌 '다람쥐' 쳇바퀴 같은 삶이다.
여기서도 '고기반찬'은 화폐를 벌고, 화폐를 아끼면서 '기분좋고 충분한 육식'을 하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사람답게 살아보'기 위한 것,
'아무리 쓰래기같은 노래'일지라도 그것을 위한 것,
'라면'과 '도토리'가 아닌 그 무엇이다.
이것은 채식주의와 반대되는 그 무엇이 아니다.
다만, 채식주의가 제기하는 문제는...
'고기' 역시 '라면'과 '도토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거대자본이 생산하고, 소비자의 욕구를 조작하고, 도축노동자를 착취하고, 건강한 삶을 갉아먹는 것이다.
채식주의는 욕망을 억제하는 금욕의 논리가 아니다.
채식주의는 건강한 삶을 위한 것, '라면'과 '도토리'과 '고기'에 종속된 삶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고기반찬'을 노래하는 달빛요정은 훌륭한 채식주의자다.
고기를 정말 좋아해서 고기를 먹는 것은 아무런 문제도 없다.
사자가 얼룩말을 잡아 먹는 것이 아무런 문제도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 소박한 욕망을 억제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러나 문제는 정말 그것이 진정 '자신'의 욕망인가,
자신의 '욕망'이 하필 고기로 향해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물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욕망의 근원과 그 효과에 대해 눈감고,
채식주의의 입장을 희화화하며,
'최저임금'에서 먹기위해 최대한 저렴한 고기를 찾음으로써,
결국 도축노동자의 노동을 착취한다는 사실에 눈감고,
'기분좋고 충분한 육식'을 즐기는 행위.
그리고 그러면서 온갖 미사여구와 기괴한 언변에 달빛요정까지 동원해가며 스스로를 성찰없이 긍정하는 행위는...
'껍데기'일 뿐이다.
진정 자신의 욕망으로 고기를 원하는 사람이 적은 돈으로 '충분한 육식'을 하기를 원한다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도축노동자가 되면 된다.
'기분이 좋을' 것인지는 장담하지 못하겠다.
사람들이 모여서 고기를 사먹고 노는 것을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나 스스로가 그다지 충실한 채식주의자는 아닌데다가,
그것을 통해 얻은 것(사람들끼리의 소통과 우정)이 제법 많아보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채식주의에 대한 기괴하고 재미없는 조롱과 비난을 포함한 말과 글을 함부로 하고,
여러차례 여러사람이 불쾌함을 표시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언변을 일삼는 존도우는 자중하고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달빛요정의 노래가 좋은 이유가
단지 '고기'에 대한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이해했다면...
그래서 그게 자신의 욕망을 긍정해주어서 좋은 것이라고 한다면...
그건 정말 음악가로서도 팬으로서도 한 참 멀었다.
이런 것을 '아전인수'라 한다.
달빛요정은 "돈이 많이 벌리는 음악보단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음악"을 하며 살았다.
그리고 그렇게 살면서도 최소한의 생존이 가능한 삶과 세상을 꿈꾸었다.
달빛요정의 진짜 욕망, 그것은 음악과 음악을 사랑하는 세상이지 고기가 아니다.
존도우.
고기가 아니라 음악과 세상과 사람을 사랑했으면 좋겠다.
(내가 그동안 계속 만날 때마다 곱게 보지 못하고 틱틱댔던 것을 알고 있었을텐데...
여기에는 이런 배경이 있었던 셈인데...
그건 내가 잘 못 한 것이고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너무 기분 상하지 않게 잘 봤으면 좋겠고...
다음에 채소반찬 해줄게 밥이나 먹자. ^^)
손님
1.채식주의를 비난하고 조롱한것으로 들리셨다면 죄송해요.
2. 짧게 코멘트를 남겨서 오해의 소지가 있지만, 기분좋고 충실한 육식은 달빛요정이 아니라 제 생각이었구요
3. 빈집에서 실질적으로 전적인 채식이 아닌 혼식을 하고 있으니 일주일에 한번 육식의 기회를 제공한다면 육식에 대한 전반적인 욕망을 제어하는 이벤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냥 작고 소소한 장난이나 헤프닝 정도로 생각해주십사 생각했어요.
3.5 사회당의 김슷캇씨가 혁명적 육식동맹을 주창하셧음, 사실 이 모든 사건의 아이디어는 거기서 유래+ 달빛요정의 노래
4. 채식이 단순히 건강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매우 근본적인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5. 육식동맹은 한 두번의 이벤트로 사실상 종결됐습니다. 요새 말로 개드립 뻘드립이라고도 하죠
6. 사실 저는 딱히 고기를 좋아하지도 인스턴트 음식을 좋아하지도 않아요. 요새 살이 너무 쪄서 조만간 절식에 들어갈지도 모르겟어요
- 편의점에서 알바할때 인스턴트 음식을 바리바리 싸온건, 어찌됐든 제 능력으로 제 끼니를 해결하고 싶었던 거구요
아무튼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존도우가 아랫집에서 음식하고 살림하는데 열심이라는 건 소문들어 잘 알고 있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그 노력과 성의에 비해서 몇가지 말하는 방식과 표현 때문에 오해와 거리를 낳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
존도우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나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 의도와는 다르게 불쾌하거나 상처받지는 않을지 살피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것이고...
그렇다고 조심한다고 얘기를 아예 하지 않는 것도 답은 아니고...
우리한테는 그래서 항상 공부와 수양과 인내가 필요한 거겠지.
전에 같이 하자고 하고 못했던 공부... 다시 잘 해보자. 건강한 식사와 운동도. ^^
채소반찬~~~~ ㅎㅎ
음, 존도우는 고기도 좋아하지만, 음악도 세상도 사람도 좋아하는 것 같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고. 가끔 덜렁댈때 있음.ㅋ
암튼 여러모로 생각하게 하는 글이네. 나 역시 진지하게 생각해볼게. -우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