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문동에서 매달 한 작가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10월에는 소설가 천명관을 읽고 있어요.
천명관의 처녀작 <프랭크와 나>를 읽고 글을 써봤습니다.
^^
부끄럽지만, 그래도 들려주고 싶은 얘기도 있고 해서 올려봅니다.
아! 그리고 해문동에서 회원모집하고 있어요. 지난주 모임때 전단지를 또 만들었는데,
곧 붙여야겠어요. 간단히 다시 소개할게요.
해문동은 해방촌 문학동아리의 줄임말입니다.
올 여름 빈가게에서의 첫 모임을 시작으로 매주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화요일 5시가 되면 공부집 작은 방이 동아리방으로 변신, 소설책 읽기와 수다, 뜨거운 국물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현재 <작가와 이야기>란 주제로 한 작가의 처녀작과 마지막(최근)작품읽기를 하고 있고요,
10월엔 천명관, 11월엔 이명행의 <황색새의 발톱>, <사이보그나이트클럽>을 읽습니다.
12월은 아직 안 정해져 있어요. 같이 정하실 분은 연락주셔요. 010 4052 8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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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음에 대해
-에피소드와 네러티브
예전에 퀴어여성 책읽기 모임에서 만난 한 분이 어디서 읽었다 라며 이런 얘길 하셨다.
요즘 시대엔 네러티브가 아니라 에피소드들만이 난무한다,고.
그게 무슨 말인지 더 생각해보기도 전에 순간의 느낌만으로, 고개를 끄덕였던 거 같다. 우리는 당시 남성성을 주제로 한 여러 글쓴이들의 글을 읽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었다. 매일같이 쏟아지던 시사뉴스에서 드라마, 영화, 연애 등. 사실 우리들의 이야기도 에피소드들의 난무였다. 그리고 그 뒤부터 내가 쓰는 글이나 하는 말들이 전부 그랬다, 에피소드들의 난무. 에피소드에서 모티프를 얻어 네러티브를 만드는 게 아니냐고 반문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물론 에피소드 자체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네러티브 쪽을 더 좋아한다. 둘의 차이가 뭐냐고 묻는다면 음, 네러티브엔 역사성, 시간성같은 게 담겨 있는 게 아닐까, 나는 그게 좋아, 라고 답할 것 같다.
백화점 의류매장에서 일하는 한 여자가 있었다. 어느 날 100킬로그램이 넘어보이는 거구의 사내가 옷을 사러 매장을 찾았다. 그러나 사내에게 맞는 사이즈가 없었다. 사내는 주문을 부탁해 놓고 다음에 다시 찾아와서는 여자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다. 마침내 둘은 결혼한다. 남자는 전기밥솥을 만드는 중소기업회사에서 일을 했고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와 함께 둘은 열심히 살았다. 그러나 어느 날 남자가 실직했다. 거리엔 이미 실직자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천명관의 처녀작 <프랭크와 나 2003>는 이렇게 평범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한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고 애를 낳고 산다. 그런데 위기가 닥친다. 사실 이 위기도 우리 시대엔 이미 평범한 위기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굉장한 에피소드들의 난무가 펼쳐진다. 에피소드를 우리 말로 하면 일화 혹은 삽화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일화逸話에서 일逸은 달아나다라는 뜻인데 토끼를 쫓고 있었는데 쫒던 토끼가 없어졌음을 뜻하는 모양의 한자라고 한다. 그러니까 생각해보면 일화는 손에서 달아난 이야기 정도가 아닐까. 사전에 보면, 남에게 알려지지 아니한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되어있다, 아무튼.
여자는 한 번도 만난 적없는 캐나다에 사는 남자의 사촌 '프랭크'가 1년 동안 놀고 있는 남자에게 랍스터수입일을 제안한 것을 시작으로 엄청난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어이가 없을 정도로 화려하고 스펙타클한 에피소드들이 한데 뒤엉켜서 이 가족의 시간을, 역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맙소사"가 연발되는 사건들을 쭉 따라가다 보면 이상하게도 어떤 이야기꾼의 정체를 느끼게 된다. 아니 대체 이 사람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이야기를 쓰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어처구니 없는 웃음과 함께 절로 드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도 좀 더 지나면 다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 이 가족에게 몰입하게 된다. 랍스터를 먹으며 지난 날을 떠올리며 참을 수 없는 웃음을 터트리고 마는 이 가족에게 말이다.
정말 도저히 연결될 거 같지 않는 이야기들을 참 잘 이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 어처구니없음들도 이렇게 이어지니까 참 멋져졌다고 생각했다. 물론 단순한 이음은 아니다. 시간성, 계속성, 역사성 같은 것을 띤 이음이라고 할까.
자, 그럼 이제 에피소들의 난무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 에피소드들을 잘 이으면 되는 거지! 좋다, 하하하,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답을 찾고 나니 그 통쾌한 기쁨만큼이나 찝찝한 불안감 혹은 두려움이 같이 일었다. 사실은 살면서, 저것과 이것을 이어보겠다고 섣불리 나섰다가 괜히 꼬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프랭크와 나>의 페이지를 넘기면서 앞으로 이 가족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에 대해 불안한 느낌을 갖기도 했으니까. 한참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그게 굉장히 재밌는 이음들이 된거지, 사실 당시엔 엄청난 꼬임이었던 게 분명하니까.
그리고 문득 한 친구가 생각났다. 문학 동아리 모임에서 만나고 있는 Y라는 친구다. 올 여름 일주일간 매일 저녁에 영화를 보는 모임에서 처음 만났는데, 사실 자기는 영화 보는 걸 안 좋아한다고 소개를 했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과 불안함을 느끼는 게 싫다고 말이다.
갑자기 왜 요즘엔 네러티브보다 에피소드들이 각광받고 있는지 알겠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두려움. 일이 계속 꼬여서 불안함. 아무 상관없는 LA 갱단의 보스인 또 다른 '프랭크'와 일이 꼬여 빚을 잔뜩 지게 된 소설의 여자처럼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그런.
결국 꽤 많은 시간이 흐르고, 남자는 다른 중소기업에 취직하고 둘은 다시 열심히 일해서 빚도 갚고 애도 잘 키운다. 시간이 흐르면 아무리 큰일도 작은 일이 되고 만다. 하지만 그건 네러티브의 약이기도 하겠지만 독이기도 하다. 그 시간을 참아낼 수 없는 이들에겐 말이다.
음 여기서 무슨 얘기를 더 할 수 있을까. 나는 한 번 참아내보려고 한다. 그 시간들을 그저 즐기면 된다는 말을 할 수도 있겠다. 그럴 수도 있지만, 그리고 그런 순간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열심히 참아내보고 싶다. 왠지 그러고 싶다.
그리고 멋진 이음을 맞이해야지, 으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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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뭐라고 말을 해야하지..늘 이 말을 떼는 첫마디가 어렵네요^^;
다들 여기저기서 들어서 많이 알고 있겠지만, 애기가 생겼어요.
이제 7주됐습니다. 태명이 이음이에요, 이음.
결연한 다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렇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써봤어요.
지난주부터 쌩쌩하고 공부집 작은방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가족들과 친구들도 천천히 만나고 있구요^^
병원에 한번다녀왔는데 심장소릴 들려주더라고요. 제 몸에 심장이 두개가 있답니다.
뭔가 벅찬느낌이었어요. 역시 말로 표현 안되네요^^;
요즘은 전처럼 몸이 맘대로 안 되서 알바하러 나가거나 볼일 있어서 나가는 게 아니면
주로 집에서 쉬고 있어요. 책읽다가, 한문공부하다가, 글쓰다가..
지금은 컬투쇼재방을 들으며 글을 쓰고 있어요. 처음 들어보는데 진짜 웃긴 사연들이 많네요.
음 더 많은 얘기는 마을잔치에서 나눕시다.
그럼 겨울준비 단디하고, 감기조심해요^^
잔잔이야말로 새로운 에피소드가 생겼군요. 잔잔의 어법을 빌자면, 그걸 이어서 내러티브로 만드는 건 잔잔과 주변의 여러 사람들 몫이겠네요. 하루 종일 한글프로그램만 들여다보다가 머리가 멍해서 들어왔는데, 뜻밖의 소식이네요. 더 멍해지는 것 같기도 하구요ㅎㅎ 집들이때 봐서 반가웠어요, 쌀선물도 고마웠어요... - 아, 나는 늦은 11시즈음에 빈가게에 곧잘 출몰하는 해방촌주민 ㅎ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