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8쪽

.......(전략) 청석골(빈집/아랫집) 몸집을 계속 불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식량 조달 및 조직 관리도 어렵거니와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럴 필요없이 다른 조직들(빈마을)과 그때그때 '이합집산'을 하면 된다. 오, 멋진 걸! 조직을 이끌어가는 데 가장 중요한 건 규모가 아니라, 외부와 접속할 수 있는 유연성 혹은 탄력성이다. 외부 상황의 변화에 따라 계속 새로운 배치를 만들어 낼 수만 있다면 최소한의 규모로도 천하를 움직일 수 있는 법이니. 옆으로 새는 얘기지만,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우리 연구실도 도처에 연구공간을 만들기로 작정하고, 현재 다양한 형식으로 실험중이다. 수유+너머 구로(옆집), 수유+너머 r(넷집), 수유+너머 길(빈농집?) 등들. (동번서번 프로젝트!)...................(후략)

 

336쪽

....(전략) 또 하나는 달인 코너.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농담이 있다. 그만큼 분주하다는 뜻일 터이다. 하지만 그건 백수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다. 죽을 정도로 과로한다는 건 정규직한테나 가능한 일이다. 왜? 하기 싫은 거 억지로 하느라 몸과 마음이 "쩔어서"다. 돈이 주는 쾌락과 노동의 괴로움이 맞물려 돌아가는 어이없는 악순환! 그게 우리 시대 정규직들이 밟는 보편적 코스다. 근데 백수가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악순환에 빠져든단 말인가? 만약 그런 백수가 있다면, 그건 백수의 정의에 명백히 어긋난다. 물론 백수도 바쁘다. 하지만 백수는 시간의 노예로 사는 게 아니라, 시간을 '부리며' 살아야 한다. 그러자면 자기 존재에 해로운 일일랑은 (예컨데 쇼핑, 게임, 채팅, 하릴없는 수다, 기타 산만한 행동들) 최소한으로 줄이고 최대한 '자유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그 자유시간은 신체적 능력을 확장하는 정밀한 훈련에 쓰여야 한다.

이런 취지하에 달인 코너에선 첫째 생명의 원기를 충전할 것, 둘째 평소 익히고 싶었던 기술이나 재능을 집중적으로 터득할 것 등을 원칙으로 세웠다. 바로 청석골 '칠두령'이 밟았던 코스다. 요가와 등산이 전자에 해당한다면 영화만들기(씨네마빈), 베이커리(빈빵), 예술(빈드로잉)과 사주명리학(빈점) 등은 후자에 해당한다. 폐품을 이용한 목공(빈목공, 빈DIY), 무술과 바둑, 생활의료(빈침뜸), 연극, 고전암송(니체읽기?), 컴퓨터의 해체와 조립(빈지각생?, 빈컴)... 이 항목들은 앞으로 무수히 증식될 것이다. (빈농사, 빈트럭, 빈밥그릇, 빈주류, 빈가게, 빈벼룩시장, 빈바느질,  빈미용, 빈밴드 등등등) 이 능력을 터득하는 데 소질이나 기본기 따위는 전혀 필요없다. 가장 중요한 건 태도다. 백수가 달인이 되는 건 백수 신분에서 탈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백수로서 떳떳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이 능력들을 화폐적 척도에 예속시켜서는 안 된다. 기껏 달인이 된 다음에 그 능력을 돈버는 데 쓴다고? 오 노! 그건 진짜 말도 안 된다. 자존심 상하게스리. 꺽정이와 그의 친구들이 보여주었듯, 백수의 생명은 자존심! 이라는 거, 부디 명심하도록 하자. 달인의 능력은 화폐로 교환되는 게 아니라 세상에 대한 선물로 순환되어야 한다. 능력들의 '활발발(活潑潑)한' 순환, 이거야말로 백수들이 꿈꾸는 '정치경제학적 이상'이 아닐까?......(후략)

 

<임꺽정, 길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 _고미숙의 유쾌한 임꺽정 읽기

 

주로 있는 책을 보거나, 메신저 하다 대형서점에 쭈그리고 앉아 보다 몇달만에 도서관에 갔더니

1회 대출권수가 5권에서 10권으로 늘었네. *_*

순간 발동한 대출욕망에 휩쓸려 10권 꽉 채워 빌린 책들 중 하나.

빈집에 수유 관련된 사람이 적잖아 이미들 읽었을 것 같지만 그래도 혹 아직인 이들을 위해.

초장부터 내 인생과 그리고 빈집과 연관되는 이야기, 상황이 많았는데 갈수록 그렇네.

주변에, 그리고 특히 빈마을에 백수가 더더더더 많아졌으면 좋겠어. 아님 반백수라도 좀... T_T

정규직은 되도록 짧게 하는 게 개인과 친구와 이웃이 빈마을에서 함께 재미나게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런지.

 

언젠가 이거 같이 읽고 얘기해도 재밌을 듯.

현재 빈마을의 난국을 타개하는 데 도움되는 것들도 있을테고.

 

아무튼 난, 올해안에 벽초의 <임꺽정>을 읽을테다! ㄼ

 


손님

2010.02.26 16:23:30

오호오호홋, 신기신기. 임꺽정 나 있어 -승욱-

손님

2010.02.26 23:57:36

오홋!

ㄼ,  너무 재밋구마이~

 

ㅡ 윗집 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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