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 아랫집 숙박인(이하 숙박인)들이 빈가게에 모였다. 장소를 바꾼 첫번째 회의였다. 단 1분의 시간 낭비도 하지 않겠다는 듯 대다수의 숙박인들은 10시가 되자 빈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얼굴마다 홍조띤 미소를 머금은 그들에겐 회의를 한다는 설렘(?)이 엿보였다.
회의는 땅콩, 통닭(지음과 켄짱 제공)과 맥주(석류 제공)가 테이블에 차려지며 회의 열기에 불을 지폈다. 이날 숙박인들은 대청소, 아랫집 재정, 텃밭 분양, 숙박인들 동향 등을 안건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대청소 건에서는 다음 주(17일~23일)의 주중에 하루 날을 잡고, 여자방 침대와 손님방 침대를 바꾸고 냉장고를 청소하는 등 가구 이동을 포함한 대청소를 하기로 정했다. 날짜는 소윤의 스케줄에 맞추기로 했다. 이에 소윤은 이번 주 16일에 다음 주 스케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자주와 이스트는 소윤이 쉬는 날에 맞춰 다음 주 대청소 날에 월차를 내게 된다.
계획대로 대청소날 가구 이동이 이뤄질 경우, 여자방에 작은 침대가 들어섬으로써 확보한 공간으로 소윤이 여자방에서 잘 수 있다. 회의에는 오랫동안 혼자 방을 썼던 소윤을 걱정하는 다른 숙박인들이 목소리가 많았다. 같은 방을 쓰다 보면 빈집과 서로에 대해서 더 잘 알 수 있지 않겠냐는 내용이었다. 석류는 “소윤이 밥도 많이 먹고, 밥도 많이 했으면 좋겠다”며 “밥도 같이 먹고 부대끼다 보면 앞으로 생활하는데 소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에서는 4월 14일 현재 식비가 절반이 남는 등 건전한 재정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 내역 없이 사라져 행방이 묘연했던 만 원에 대해서는 ‘이제 없는 것’으로 하기로했다.
아랫집은 옥상에 있는 텃밭 중 여섯 다라이(시가 3만원)를 분양받기로 결의했다. 거리상으로 봐도 가까운 아랫집 숙박인들이 옥상 텃밭을 이용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자주의 의견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에 숙박인들은 잡비에서 해당 분양금을 지불하기로 했다. 앞으로 여섯 다라이에는 오이, 파, 들깨, 고추, 상추 등이 자라게 된다. 텃밭 담당은 잔잔이 맡기로 하고, 일이 과중할 경우 다음 회의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한편, 회의에서는 아랫집 숙박인들 간에 갈등이 드러나기도 했다. 좁은 공간에서 부대끼다 보니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간에 같이 살다보니 서로에게 아쉬운 점들이 쌓였던 것이다. 숙박인들은 ‘뚜렷한 해결책은 없다. 하지만 이렇게 갈등이 드러났으니 상대방을 좀 더 배려해주자. 각자 고민해 보자’고 입을 모았다.
이외에도 아랫집에 들러 컴백 초읽기를 밝힌 존도우, 고깃집에서 일하게 된 우마, 토요일에 ‘편도’ 티켓만 갖고 제주도에 여행가는 미나, 주말에 여행가는 잔잔 등이 얘기됐다.
예기치 않은 만남도 있었다. 숙박인들을 낯선 청년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대학생이라고 밝힌 청년은 빈마을을 대상으로 다큐멘타리를 찍고 싶다고 했다. 청년은 “빈고라는 독특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총회를 하는 등 빈마을에 매력을 느꼈다. 구체적인 건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빈마을을 주제로 다큐멘타리를 찍고 싶다. 아랫집 숙박인들에게도 촬영 허락을 구한다.”고 말했다.
숙박인들은 촬영엔 호의적이지만, “자세한 건 구체적인 다큐멘터리 기획안을 보고 판단하고 싶다”며 “우선 빈마을 홈페이지에 기획안을 올려달라”고 더불어 아랫집에서 직접 숙박을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석류가 남긴 어록이 눈길을 끌었다. 석류는 “집이라는 곳은 밥도 많고, 국도 자주 돼 있어야 한다. 이런 것들이 항상 있는 게 행복한 것”이며 “(집을)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같이 살아가는 곳”이라고 규정했다.
정리 : 병채
아랫집 대청소 4월 22일 금요일!! 직장인들은 월차까지 쓰면서 청소에 함께 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