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맞이와 주인 되기

조회 수 2267 추천 수 0 2010.10.04 16:41:19

빈집은 모두가 손님이고 모두가 주인인 집이지요.

시간이 흘러 서로가 익숙해지면... 주인인가 손님인가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처음 빈집에 오는 사람은 누구나 손님으로서 옵니다.

이 손님에게 빈집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빈집의 법적인 소유자는 만나 볼 수조차 없을 정도로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빈집의 법적인 전세계약자들은 그냥 같이 머무는 사람들 중의 한명일 뿐입니다.

손님의 입장에서... 빈집의 주인은 무엇보다도 자신을 반갑게 맞이하는 사람이 아닐까요?

(물론 다른 집들의 경우 낯선 손님에게 주인은 자신을 쫓아내는 사람이거나, 자신에게 돈을 바라는 사람이겠지요.)

 

저는 이렇게 '손님 맞이'를 하는 사람이야말로 빈집의 '주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집의 주인은 집을 돈으로 구매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집을 구매하고 집세를 지불하는 행위는 주인이 아닌 손님이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분담금을 낸다는 것만으로는 '주인'이 되기 위한 자격으로 충분하지 못합니다.

 

손님에게 빈집을 설명하고 빈집 구석구석과 빈집 물건들의 사용 방법을 알려주는 것,

손님이 빈집에 잘 적응하고 즐겁게 머물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

여러 사람들에게 빈집을 알리고, 빈집에 초대하는 것,

이런 행동들이야 말로, 주인을 주인으로서 만드는 행동들이지요.

 

빈집에 대해서 설명하기 위해서는 빈집을 잘 알야 하고, 또 설명하다보면 스스로도 더 잘 알게 됩니다.

빈집 물건들을 점점 더 잘 쓰게 되고, 그만큼 편안해지고, 정말 내 집 같아 집니다.

빈집에 자기의 색을 입히고, 스스로 보기좋게 만들고, 많은 사람들을 초대해서 자랑하는 것이야 말로 당당한 주인의 모습이지요.

한 명의 손님이었던 사람은... 다른 손님을 맞이하면서... 비로소 주인의 입장에 서게 됩니다.

아직 빈집이 '내 집'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면, 자신이 '손님 맞이'를 잘 하고 있는 지를 한 번쯤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빈집에서 모든 사람이 주인이라는 것이 명실 상부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손님 맞이'의 권리=의무를 나눠 갖지 않으면 안됩니다.

'손님 맞이' 즉 환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서로에 대해서 주인도 아니고 손님도 아니게 됩니다.

 그리고 빈집이 빈집이 아니게 될 것이고... 그렇다면 결국 빈집은 사라지지 않을 수 없겠지요.

 

빈집의 손님 맞이는 보통...

1. 집으로 직접 찾아 오는 사람들

2. 전화로 문의를 하는 사람들

3. 인터넷(홈페이지, 블로그, 메일링리스트, 덧글 등)으로 문의하는 사람들

4. 언론사 기자 또는 기고, 강연, 행사참여 등을 요청하는 사람들

5. 개인적으로 물어보고 궁금해하는 친구, 가족 등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러한 손님 맞이의 역할 분담이 아주 원활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빈집에 머무른 시간과 관심있는 분야와 성격이 다 다르니까...

동일하게 나눌 필요도 없고... 서두를 필요도 없겠지만...

한 번은 짚고 넘어가는 게 좋을 듯 합니다.

 

1, 2의 경우는 아랫집 사람들(그중에서도 백수들)에게...

3은 홈페이지를 자주 찾는 사람들에게...

4는 빈집에서 오래 있었던 몇몇 사람들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5는 각자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빈집에 지인들을 초대하는 경우도 다들 정도의 차이가 있는 듯 합니다.

 

이 경우들은 수동적인 경우고...

반대로 적극적으로 빈집을 소개하고, 다른 매체를 통해 알리거나,

빈집의 행사들을 인터넷을 통해 공지하거나, 초대하는 활동들도... 넓게는 '손님 맞이'에 포함되는 활동이겠지요.

 

또... '손님 맞이'가 필요한 것은 꼭 새 손님만은 아닐 것입니다.

장기투숙자들끼리도... '손님 맞이'는 필요합니다.

 

서로가 들어오고 나갈 때 인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옆에 있는 사람이 밥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지금 기분이 어떤지, 건강이 어떤지 살펴서 보살피는 것,

경제적인 어려움은 없는지,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아서 도와주는 것,

옆에 있는 사람이 무슨 일에 익숙하지 못하고, 어떤 것을 잘 못 알고 있는지를 살펴서, 알려주고, 가르쳐주고, 함께 하는 것,

자기의 생각과 취향과 상태를 정확하고 효과적이고 부드럽게 알려서 당당히 배려받는 것,

떳떳하게 물어보고, 배우고, 부탁하고, 요구하는 것,

이런 서로에 대한 환대, 주인과 손님의 자연스러운 맞바꿈이 없다면...

아마도 빈집도 없을 것입니다.

남는 것은 주인들만 있는 굳게 닫힌 아파트거나, 세입자만 있는 감옥 같은 고시원이거나, 

돈버는 주인과 돈내는 손님 그리고 일하는 노예가 있는 숙박업소 뿐이겠지요.

 

어쩌다보니 글이 길어졌는데...

암튼... 좀 더 서로에게 친절하고 상냥하게 잘 지내보자는 얘기구요...

 

사실은... 제가 최근에 의도치 않게 좀 바빠지다보니... 나머지 일들은 요새 저도 잘 못하고 있지만서도...

몇가지 문제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투숙문의같은 경우는... 전화나 인터넷으로 받는 것들이 중구난방이어서...

누군가 일정을 총괄해서 관리하지 않으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홈페이지 달력이 사실 기능을 잃었지요.

아랫집 말고 다른 집들이 손님들을 받는 것도 잘 되고 있는지 모르겠구요...

 

각종 정보들도... 그 때 그 때 홈페이지나 위키 등으로 기록되고... 공유되면 좋을텐데....

위키는 사실 중단 상태고... 메일링리스트도 많이 뜸해졌지요.

 

그리고 장기투숙문의는 당장 어렵다고해도... 나중에 새 빈집을 구하게 되면...

우선적으로 연락해서 의향을 물어보는 게 도리일텐데... 연락처도 수집이 안되고 있고...

방명록이나... 선물 받은 것들에 대한 기록 등도 좀 더 개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요새 4번 일의 경우가 좀 버겁습니다.

게다가 요번에 들어온 '아름다운 재단' 건이나, '서울시립대 학술 심포지움' 건의 경우는 준비도 좀 많이 필요하고...

'진보복덕방' 기고 글 같은 경우도 매달 누구한테 부탁해야 하나 고민이 됩니다.

물론 제가 거절을 잘 못하고, 고생을 사서하는 경우가 많지만... ㅠㅠ

전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역할 분담을 하면 좋겠습니다.

특정 사람들이 계속 하는 것은 여러모로 안좋은 것 같습니다.

 

이런 등등의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진행하는 일은 빈집사회의에서 하는 것이 가장 적당할 듯 합니다.

다음 회의 때 얘기해봅시다.

근데... 다음 빈집사회의는 언제 어디서 하나요? ?

 

 


손님

2010.10.04 18:46:44

빈집의 취지를 잘 이해하고 빈집의 진정한 객인 동시에 주인이 되어가기.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임이 분명. ^^

일반 집 소유자들처럼 살아가기 쉽고... 노력 필요. 좀더 손님맞이에 대해 고민하고 자발적으로 준비해야 할 거임.


빈집사 회의는... 아랫집은 10월 집사를 담당할 잇집사와 9월 집사였으나 기존 여러 안건들을 마무리짓고 논의할

존집사에게 연락을 해보면 어떤가 하오. 얘기 듣기론 앞집과 건넛집은 그대로 간다는 것 같고. 옆집은 어떠한지

모르겠음. -우마-

손님

2010.10.06 08:41:04

제가 처음 빈집을 찾았을 때, 추운 날씨이고 밤1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도 길가에 나와서 환대해 주었던 장투(이름을 잊었어요)분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아침에 밥 함께 먹고 남산을 산책하고 제가 가보고 싶었던 수유너머까지 함께 동행해 주었던 분도 생각나네요. 저에게 빈집은 생면부지의 저를 친절하게 맞아주었던 그 분들의 친절로 기억되지요. 그 때보다도 빈집은 더 많은 이들이 함께 하고 있겠네요.  빈집 다녀온 후 저도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 친절해 지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시 시작해야겠어요. 웃는 얼굴로 맞이하는 것 부터...  저는 덕산모친입니다.

손님

2010.10.06 16:47:05

꼭 기억해내셔서 마구마구 칭찬해주세요. 그런 환대의 의무를 멋지게 해낸 사람은 꼭 칭찬 받아야 합니다. ^^ -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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