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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심심하고 배고팠던 나.
홀연히 짐을 싸
아랫집으로 내려갔다.
바느질이나 하여볼까 하여 융천과 실 바늘을 싸들고.
사과 2개를 들고.
아랫집 여자방에서 새나오는 희미한 불빛.
잇, 가을, 연두가 '500일의 썸머'를 막 보려던 참.
나도 옆에 끼어 뭘할까 하다가
바느질 이야기를 꺼냈으나 모두 무반응.
뻘쭘. 배고픔. 적응 못함.
심기일전하기 위하여
오거리의 치킨집에서 치킨 한 마리와 맥주를 사가지고 다시 돌아왔다.
이분들은 이미 15분이나 보던 영화를
나를 위해 다시 처음부터 돌려봐주었다.
영화를 보며 맥주와 치킨을 먹고
수다를 떨다가 술이 떨어졌다.
내가 집에 술 있는데- 했더니
갑자기 이분들의 적극성이 빛나기 시작.
여섯 종류의 술병과 쉐이커, 지거를 잘도 찾아왔다.
주문한 우유와 사이다를 사옴은 물론이다.
그리하여
아- 나는- 오랜만에
쉐키 쉐키 붐붐붐 하였다.
역시, 낯설음은 잠시뿐.
민트초코칩 맛이 나는 그래스하퍼가 단연 인기.
(이게 무슨 드라마에서 누군가가 맨날 먹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이제 다 알겠군.)
그리고 체리는 없었지만, 그래도 사람을 순간 황홀하게 해주는 앤젤스팁에
사람들이 환호를 보냈다.
ㅎㅎㅎ
역시 난 이쪽이랑 잘 맞는다.
그리하여, 우리는 먹고 마시고 또 마시며 수다를 떨다가
칵테일처럼 서로 조화로운 한 덩어리가 되어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러니가 다리 사이로 들어와 웅크리고 잠들고
나도 곧 잠들었다.
그래스하퍼 최고!!!
어제 디온의 칵테일 덕분에 완전 연휴기분!!!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