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회의 결과를 정리해 보면...
결국 계약자로서 의사를 밝힌 사람은 말랴 한 명.
운영은 모두가 다 같이 돌아가면서 하자... 로 된 거 맞나요?
맞다면... 사실 저는 좀 불안합니다.
지금도 형식적으로는 빈집 투숙객들 모두 주인이기도 하니까... 운영은 공동의 책임이지요.
집들도 원칙적으로는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것이니까... 누구든 아랫집에서 살면서 운영을 함께할 의무도 있지요.
그런데 이게 잘 안 되서 문제가 생긴 거구요.
그래서 잘 못하면 계약자 명의만 바뀌는 것 아닌가 싶네요.
계약자는 집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잘 굴러 간다면 크게 중요치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위험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만에 하나라도...
손님이 뚝 끊긴다면... 그 경우 월세와 이자 등 매달 수 십만원의 적자가 발생한다면... 그런데 누구도 책임지려하지 않는다면... 결국은 계약자가 다 책임을 져야 합니다.
생각하기도 싫지만... 전세계약에 문제가 생기거나... 이웃에서 시끄럽다고 고소를 한다거나... 손님들 사이에 법적인 문제가 발생한다거나... 화재가 난다거나... 수백, 수천만원의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에도... 최종적으로는 계약자가 책임져야 합니다.
물론 이럴 확율은 아주 낮겠지만... 이렇게 되기 전에 미리미리 손쓰는 일 등까지도 어쨌든 계약자의 책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빈집의 계약자는... 일반적인 집주인으로서의 책임은 그대로 지고 있지만...
권한은 전혀 없어야 합니다.
빈집은 주인이 없어야 하니까요...
계약자의 권한/권력은 계약자가 스스로의 선택으로 내려놓고 해체할 수 있습니다.
(부족하겠지만... 어쨌든 2년간 빈집은 어느정도는 이 권력의 해체에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만... 제 생각일 뿐인가요? 흠흠)
하지만 계약자의 책임 부분은... 자본주의와 대한민국의 법을 해체하기 전까지는 해체되지 않습니다.
이 짐을 혼자 질 수 있을까요?
운영에 모두가 다 같이 책임을 진다는 것에 동의하신 분들은...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도 연대책임을 지겠다는 것일까요?
이건 누가 강제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스스로의 결단의 문제지요.
이걸 결의할 사람이 없으면.... 모두가 아랫집을 원한다고 해도 재계약은 안되는 겁니다.
다수일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생각하면 그리 큰 책임도 아닐 수 있습니다.
전월세계약해서 자기 집에 사는 사람들 누구나 결단하고 계약하는 것이니까요.
아무튼 제 얘기는...
아랫집을 시작할 때 아규, 지음, 데반이 결단을 하고 시작한 것처럼,
옆집을 시작할 때 달군, 승욱, 디온이 그렇게 한 것처럼,
빈농집을 시작할 때 라봉, 공룡, 짱돌, 데반이 그렇게 한 것처럼,
뜻이 아주 잘 맞고, 집의 첫 세팅을 같이하고, 주인으로서의 권력은 내려놓고 그걸 다른 사람들과 기꺼이 공유하지만...
어찌됐건 최종 책임은 지는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윗집은 다소 불안했던 것이 사실이었지요.
초기 세팅이 명확하지 않았고, 하나둘씩 사람이 나가면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책임질 사람이 확실치 않았고,
계약자가 윗집에 살지 않았다는 것이, 집주인과의 분쟁의 소지가 되고, 집주인과의 소통도 원활하지 않았고,
그래서 결국 독립에 실패한 셈이지요.
건넛집은 제프가 계약할 수 없었고, 주인과 소통하기가 힘들다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구요.
보통은 이게 결국 돈이 있어야 된다는 식으로... 오해가 생기고 문제가 발생하는데요...
빈마을금고를 통하면, 당장 돈이 없어도 대출을 받을 수가 있기 때문에...
책임감과 열정 그리고 설득력과 조직력 상상력만 있다면...
자기가 생각하는 빈집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이 가능할 것입니다.
여자들 빈집, 남자들 빈집, 십대들 빈집, 생태주의 빈집, 반자본주의 빈집, 여성주의 빈집, 아나키스트 빈집, 농사짓는 빈집, 채식하는 빈집, 술마시는 빈집, 공부하는 빈집, 명상하는 빈집.... 등등...
마치 제가 지기 싫은 책임을 떠넘기는 것 같아서... 다들 의무감과 부담감에 무거워지시는 것 같아서 죄송한데요...
사실 저는 행복했습니다.
빈집을 상상할 때도 재밌었고, 제가 바라는 대로 빈집을 만들어가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눈치도 좀 덜 봐도 되고...
빈집에 구속되어서 힘들다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그래서 정말 자유롭고 즐거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구속없는 자유, 고통없는 행복 따위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그 행복을 당신과 나누고 싶습니다.
당신의 빈집을, 당신의 행복을 상상하세요. 그리고 용기를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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