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집사의 의견

앞집 조회 수 4777 추천 수 0 2011.12.15 22:41:35
앞집 사람들이 모두 바쁘네요. 우마는 부천집에 갔고, 깜찍이, 존도우, 쿠우는 모두 그 시간에 일을 할 시간이에요. 쿠우는 이용자와 이야기 해서 조금 일찍 끝내고 집사회의로 빨리 가는 것을 타진해 볼께요. 그래도 혹시 참석하지 못하게 될 것 같아서 집사회의에 의견으로 낼 내용들을 게시하기로 했어요.

1. 아랫집, 앞집 2월 이사 -> 내 친구(들)의 (새)집은 어디인가?!
우마는 2월에 앞집 계약이 완료되면 빈집을 나가기로 했어요. 깜찍이의 경우에도 설날을 기점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한다네요. 자신의 공부를 위해서 혼자 지낼 집을 알아 보고 있어요.
 
2. 마을잔치 세부 계획.
마을잔치 사회자는 깜찍이가 보기로 했어요. 가치경매 게임등 많은 프로그램들이 언급되고는 있는데요. 조금 더 이야기 해봐야 할 것 같아요.

3. 김장비용 일부 마을활동비 처리? (김장게시 우마 댓글 참조해서 썼음)
김장비용 일부 마을활동비 처리에 관하여, 우마가 마을활동비 처리에 대해서 의견을 개진했네요. 우마의 의견은 마을 김장의 경우 빈마을의 연례 행사 이며, 마을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참여한다는 점을 들었네요. 김장의 경우 먹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식비 지출이냐 공공기금으로 처리할 것이냐가 문제인 것 같은데요. 사실 마을활동비의 많은 부분이 먹는 것으로 지출되고 있지 않느냐. 식비라도 마을활동비 지원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김장하기 행사도 마을의 유대나 연대를 촉진시키므로 마을활동비를 지원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리고, 무산되었지만 물적 연대의 방법으로 김장주기를 할 수도 있는데, 김치를 이런 측면에서 이용하기 더욱 쉽게 할 수 있으므로 마을활동비 처리할 수도 있는 측면도 있을 것 같다는 의견도 나왔네요.

4. 동그리 이동 건 공유
동그리 이동은 저는 잘 모르겠어요. 앞집 사람들이 동그리가 왜 이불에 자꾸 오줌을 싸는지에 대해서 여러 방면으로 많은 가설을 세워 봤었는데요. 1 설 : 누군가의 학대로 인한 것이다. 2설 : 동그리가 애정결핍이다. 3설 : 우드펠릿 때문이다. 등등의 설들이 난무했었는데요. 동그리가 이불에 오줌을 싸는 것은 '집이 추운 까닭'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동그리가 추운 바깥에서는 화장실을 잘 가리는 것으로 관찰되었고, 동그리가 집 내에서 따뜻한 곳에 위치하여 움직이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이불이 집 내에서 비교적 따뜻한 이유로, 동그리가 추운 바깥으로 나가지 않게 되고, 그곳에서 오줌을 싼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어쨌든, 앞집 사람들은 동그리가 오줌싼 이불을 열심히 빨고 널고 하고 있답니다.
앞집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동그리 또한 거처를 옮겨야 하겠지요.

쿠우

2011.12.15 22:42:34

사실 찬반 여부를 나눌 수 있는 부분은 김장밖에 없네요. 만약 앞집의 의견이 필요한 부분이고 참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김장의 마을활동비 지원에 대해서 앞집은 찬성 입장을 가지고 있어요.

지음

2011.12.15 23:28:36

김장이 중요하지 않아서 지원하지 말자는 게 아니에요. 연례행사인 것도 맞지만, 해마다 김장비용은 별도의 식비로 모았습니다. 거의 모든 마을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도 맞지만, 각 집별로 따로 김장을 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집별로 따로 김장을 하자고 얘기가 됐었죠. 만약 그렇게 했다면, 각 집 사람들은 김장을 위한 식비를 모으고 함께 일하면서 김장을 했을 겁니다. 집에서도 중요한 행사임에 틀림없습니다만, 식비는 모아야 하는 겁니다.

마을 차원에서 같이 하자고 주장한 사람들이 있고, 마을 차원의 일을 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분명 마을활동비에서 지원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집별로 할 때에 비해서 일도 줄고, 비용도 줄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이미 마을활동의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인데, 여기에 마을활동비를 추가로 더 지원할 이유가 있나요? 김장나눔은 별도의 사업이라고 보고 실행될 때 재논의하면 되지요.

마을활동비는 실질적으로는 마을 활동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하는 사람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활동을 못할 때 좀 내더라도, 나중에 할 때 다시 받으면 되는 겁니다. 결과적으로는 쌤쌤이 돼야 바람직한 것이구요. 끝내 못하더라도 그것으로 성의를 다한 셈 치는 거구요. 더 고맙고 더 미안한데 다른 방법이 없다면 그만큼 더 내면 되는 거구요.

저는 집사회의에서 김장추위 활동을 지원할 금액을 정하고, 그 금액을 사람들 각자에게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는... 김장추위에게 위임할 것을 제안합니다. '마을 사람 모두'가 수고했다고 생각하면, 모두에게 똑같이 나누는 것도 가능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마 제안이나 내 제안이나 크게 다르지 않게 되겠지요. 물론 그것도 좋지만 그건 김장추위의 판단에 맡겨야 하고, 김장추위가 받은 선물을 다시 나누는 모양새가 돼야 합니다. 금액은 대략 수고가 가장 많았던 3~5명 정도는 김장비용을 면제해주는 정도면 무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쿠우

2011.12.16 20:18:28

이미 결정나서 재론할 여지는 없습니다만,


저는 지음이 반복해서 "마을활동비는 실질적으로는 마을 활동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하는 사람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한 방법"이라고 말하는데요. 실질적으로 그렇게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김장은 마을활동이었나요? 식비 감축을 위한 연대였나요? 저는 김장이 집사회의라는 공론장을 통해 결정된 자체가 김장이라는 것이 공적 마을활동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가정집에서 아주머니들이 모여서 김장을 함께 하는 것은 그런 식의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지 않아요. 한집 한집의 의사를 모아 사적으로 이루어지죠.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잖아요? 앞집 사람들은 김장에 참석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어요. 자신들이 없었거든요. 일반적인 식비연대 차원에서 논의된다면 앞집은 김장에서 빠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겠죠.


하지만 공론을 통해서 마을 김장은 됐어요. 그리고 비교적 기여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미안해하는 감정이 있지요. 김장이라는 마을활동을 한 사람들에게 김장을 하지 못한 사람들이 고마움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마을활동비가 이용 된 건가요? 그리고 그렇게 지급되고 있나요? 그래서 마음의 짐들을 덜어냈나요?


고마움의 표시는 고마운 사람들이 고마운 마음이 충만하여 아주 고맙게 하면 되는거에요. 오히려 마을활동비는 그 활동비를 신청하고 검토하여 주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마을활동비는 실질적으로는 마을 활동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하는 사람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한 방법"이라는 말. 그렇게 마을활동비가 쓰이고 있지도 않을 뿐더러, 그렇게 되는것도 올바르진 않다고 생각해요.

지음

2011.12.17 00:56:08

결정이 어떻게 났는지는 모르겠는데, 재미있네요. 좀 더 얘기해보죠. ^^

 

일단 저는 앞집 사람들이 기여하지 못했다고 얘기한 게 아니었어요. 많이 기여했죠. 당일날 본인들과 친구까지 불러서 김장을 같이했고, 배추 여기저기서 나르느라 운전도 했구요. 앞집 문제와 무관하게 기여를 못 한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그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하고 싶은 게 아니에요.

 

미안한 감정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지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사실 여기에 명쾌한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의 시작이죠.

 

첫번째 방법은 시장 가격을 지불하는 겁니다. 우리가 파는 김치를 시장에서 구입하는 데 미안한 감정을 갖지는 않는 것은 이런 이유인데요. 이게 일반적인 자본주의적인 방식이죠. 예를들어 한 집에서 김장을 하고 나머지 집은 적정한 가격에 사 먹는 겁니다. 사실 여기에는 여러 문제가 있죠. 하지만 또 이것 말고는 방법이 별로 없는 경우도 많죠.

 

두번째 방법은 미안한 감정이 생길 일은 아예 안 만드는 겁니다. 서로 민폐도 끼치지 말고, 부담주는 선물도 하지 말고, 책임과 의무를 나누는 일을 하지 않는 거죠. 관계하지 않는 겁니다. 각 집에서 따로 하자는 게 이런 방법입니다. 집에서도 마찬가지 논리가 진행되면 집 차원에서 김장을 할 수도 없고, 식비도 함께 모을 필요가 없죠. 각자 냉장고 칸 따로 쓰면서 자기가 먹을 거 자기가 해먹으면 됩니다.

 

사실 첫번째 방법과 두번째 방법은 같은 겁니다. 자본주의가 쿨한 게 이런거죠. 두번째 방법을 쓰다보면, 첫번째 방법을 쓰지 않을 수가 없게되죠. 첫번째에 익숙해지면 두번째가 자연스러워지죠.

 

세번째 방법은 일을 정말 잘 나눠서 하는 겁니다. 모두가 만족스러울 정도로 잘 나누는 거죠.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결코 쉽지 않습니다. 실질적으로 일을 못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있는데 같게 할 수도 없죠. 일을 잘 하는 사람도 있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서로 상황을 이해하고,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표시하고 칭찬하고 인정하면 대부분 만족스럽게 될 수 있죠. 그런데 일이 반복되고, 역할이 고정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역할 분담이 당연해지고, 좋아서 하던 일도 싫어지고, 고마운지 안 고마운지도 모르겠고, 일일이 칭찬하기도 힘들고, 칭찬만 받는 것도 지겹고, 하는 사람만 하고, 안 하는 사람은 자기도 해야 한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하게 되고, 분명 헌신하고 희생하는 일인데 그게 당연한 것 같고, 못참고 여기에 어떤 인정과 댓가를 요구하면 이상해지고, 예전에 일했으니까 이번에 쉬려고 하는데 예전 일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고, 고마움을 표시해도 알아듣는지 어떤지 모르고, 미안한 마음이 쌓여서 너무 커지면 감당하지 못하게 되고, 서운하고 억울한 감정이 쌓이다보면 주기적으로 폭발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뭐 그러다 떠나고... 다들 대충 아는 얘기들... 기타 등등...

 

고마움의 표시가 화폐로 이뤄지기 시작하면... 그냥 시장질서로 가는 겁니다. 하지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분명한 형태로 이뤄지지 않으면... 그 나름대로의 비극으로 쉽게 흘러갑니다. 집 안에서는 그나마 괜찮아요. 계속 얼굴보고 어떻게 사는지 보이고 회의도 하니까 가족같은 느낌이 쉽게 들죠. 하지만 집 문턱을 넘어서면 방법이 없어요. 한 달에 한 번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어떤 사람이 마을에서 어떤 일을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도 알기 어려운데... '고마운 마음이 충만하여 아주 고맙게 하면 되는 것'이 어떻게 잘 될 수 있겠습니까? 쿠우는 잘 되던가요? 이게 아직 우리가 풀지 못하고 있는 숙제인 것이죠. 그래서 이런저런 시도들을 4년째 계속 하고 있는 것이구요. 1인1팀, 빈가게, 빈화폐 등도 비슷한 시도구요.

 

마을활동비가 돈으로 보상하는 것입니까? 절대 아니에요. 돈을 보상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최저임금에도 턱없이 모자라는 착취입니다. 그럼 최저임금 수준에 맞춰서 돈을 걷을 수 있나요? 말도 안됩니다. 지원 금액 결정은 놀이일 뿐입니다. 놀이 과정을 잘 즐겨서 서로 만족하게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죠. 돈의 액수로 보상하는 게 아니라 뭐라도 분명하게 하고 있다라는 게 중요한 겁니다. 마음의 짐은 당연히 남는 겁니다. 그건 당연히 같은 노동을 하기 전까지... 예를들어 다음 김장위원을 하기 전까지는 해소되기 어려운 겁니다.(사실 그래도 쉽지 않습니다.) 다만 그 부채감이 부정적 부채감이냐 긍정적 부채감이냐의 차이죠.

 

부정적 부채감은... "아 이거 미안한데... 나도 도리를 해야 하는데... 못해서 어쩌지... 이런 느낌은 불편한데... 갚을 방법이 없어... 나는 김장도 못하고 시간도 없고... 사실 나한테는 중요한 것도 아닌데... 나도 할만큼 했는데... 피하고 싶다... " 이런 거라면... 긍정적 부채감은... "아 고맙다... 행복하다... 나도 언젠가는 행복하게 해줘야지...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이 고마움을 잊지 말고, 나는 나중에 다른 걸로 깜짝 놀랄만큼 갚아줘야지... 그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면, 이런 내 생각과 성의를 분명하게 표시해야지..." 이 차이는 정말 작은 건데 완전히 다른 거고... 가능한 장치들을 이용해서 바꿔내야하는 것이 공동체의 생명을 건 문제입니다.

 

마을활동비가 실제로 고마움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쓰여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면, 그건 쿠우의 마음가짐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고마운 사람들에게 부족하나마 현실적으로 가능한 성의를 표시한다는 입장과, 신청서를 접수하고 그것이 타당한지 아닌지를 권위를 부여받은 사람들이 판단해서 합리적인 예산으로 지급한다는 입장은 비슷해 보일 수도 있지만 전혀 다른 것이지요.

 

고마운 마음이 오가려면 항상 사양과 덤과 에누리와 실랭이가 있어야 하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금액보다 적게 신청하는 것도 미덕이고, 달라는 것보다 더 주려고 애쓰는 것도 미덕입니다. 더 주고 덜 받겠다는 실랭이와 더 받고 덜 주겠다는 싸움은 수치는 비슷하게 되지만 전혀 다릅니다. 금액의 많고 적음은 우리에게는 아주 하찮은 문제다라는 것을 서로 확인해야 하는 겁니다. 극단으로 치닫는 것만 막아주면 나머지는 놀이입니다.

 

마을활동비는 '고마움을 표시하는 (모든 방법이 아니라) 한 방법'이 되어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그 활동이 계속될 수 있도록 더 잘 될 수 있도록 하는 한 방법이 되어야 합니다. 현재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죠. 쿠우가 올바르지 않다는 것은 아마도 돈으로 고마운 마음을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것일텐데... 거기에는 저도 전적으로 동의하고 그렇게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이냐는 것이지요. 돈으로 표시해서는 안되니까... 마을활동비는 줄이고, 정확한 실비만 지급하는 정도로 제한하고, 고마운 마음은 지금처럼 알아서 하자?

 

처음부터 문제는 고마운 마음을 주고 받는 게 정말 쉽지 않다는 것 아닙니까? 실비는 아주 작은 것에 불과합니다. 마을에 어떤 활동들이 있고, 누가 그런 활동들을 하고 있고, 그게 우리 마을과 각자에게 기여하고 있는 지를 알리는 것, 우리가 이런 활동 덕에 살아가고 있고 언젠가는 우리도 이런 활동 또는 더 멋진 활동들을 해내야 한다는 것을 긍정적 부채감으로 바꾸어 간직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한 현실적인 수단을 개발해야 하는데, 이 때 화폐의 문제를 그저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고마움을 충분히 표시하고 있지 못하는 사람들과 일이 너무 많이 쌓여 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최소한의 마음을 표시하는데도 마을활동비가 결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식비로도 처리할 수 있는 비용에 마을활동비를 쓰는 것이 아깝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뭐 얘기는 충분히 했고, 어느정도는 사람들에게 전달되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결정이 어떻게 났든지 간에 저는 기쁘게 동의할 것입니다. 결정과정을 즐기셨기를 바랄 뿐입니다. 애쓰셨습니다. ^^

지음

2011.12.17 01:01:10

너무 길게 쓰다보니... 그 새 회의록이 올라왔군요. ㅎㅎ

지음

2011.12.15 23:39:34

그리고... 우마... 깜찍이... 얘기 좀 합시다. 우리 한 식구 한 가족 아닙니까? 살다보면 서로 섭섭하고 소원할 때도 있는 거지만, 그렇다고 상의 한번 없이 혼자 나가겠다고 결정하면 어떡합니까? 그런 얘기를 게시판에서 그것도 '앞집사의 의견'을 통해서 이렇게 전해 들어야 합니까?

쿠우

2011.12.17 19:52:12

0. 논의 확대가 많이 되는 것 같긴 하지만, 그냥 썰이나 풀어보죠.

 

1. 저도 앞집 사람들이 이번 김장에서 기여하지 않았다고 이야기 한 적은 없습니다. 김장을 어떻게 할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미안한 감정과 고마운 감정

2. 마을활동에 대해서 어떤 미안한 감정을 가지는 사람들은 분명 있어요. 그런데, 저는 미안한 감정을 해소하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것이 아니라, 미안한 감정이 생기는 과정 자체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네요. 미안한 감정과 고마운 감정은 조금 다른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사람들이 떠나게 되는 것은 고마움을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미안함이 쌓여서 떠나는 측면이 더 강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노동이냐 선물이냐

3. 마을활동이라는 것 자체가 노동인지 기쁨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우리 집단처럼 물적 토대가 넉넉지 않은 개개인이 모인 집단에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누군가의 희생적 활동을 통해서 이루어 질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 희생이라는 것이 공동체적으로 강압된 것인지, 혹은 개인의 자발적 기쁨에 의한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봐요. 마을활동 자체를 누군가에게 해주는 일종의 선물로 생각한다면, 그 선물에 대해서는 집단적으로 그 선물활동이 강압되지도 말아야 할뿐더러 그 고마움에 대한 표현 또한 집단적으로 해야만 하는 일종의 의무가 되는 것 자체가 일종의 공동체적 폭력이라고 봅니다. 선물이 진정 선물이기 위해서는 그것을 주는 사람도 기뻐 주어야 하며, 받는 사람도 마음에 부담 없이 기쁘게 받을 수 있어야 하죠. 만약 그 누군가의 마을활동이 힘들게 억지로 이루어진다면, 저는 그 마을활동을 통한 직-간접적 선물 받지 않겠습니다. 저는 그런 고통스러운 선물 싫습니다. 당신이 기쁘게 준다면 기쁘게 받겠어요. 하지만 저는 그것에 대해서 보답하지 못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저의 이런 태도는 개인적 차원에서의 태도이지 마을 사람들 전부다 이런 태도를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죠.

 

역할의 고정

4. 지음은 집단작업의 역할분배 과정에서 역할고정이 이루어지고 거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하였습니다. 저는 이러한 역할고정 자체가 사람들의 마음가짐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그 마음가짐이 문제이기도 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역할이 고정되고 자신이 하는 일이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의무가 되고, 그 사람은 의무로 힘들게 하는 것이 보이는데, 옆에 사람들은 간접적 영향을 받고, 그리고 미안해하고, 저는 사람들이 억지로 하는 활동을 한다면, 그냥 하지 않아줬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그것에 대해 미안해하지 않아요. 또 다시 반복해서 말하지만, 저의 이런 태도는 개인적 차원에서의 태도이지 마을 사람들 전부다 이런 태도를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죠.

 

마을활동비가 고마움의 표현이라면

5. 하지만 그러한 활동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 고마움이라는 감정의 실체는 저의 내면에 있는 것이지 집단적 합의로 어떤 금액의 산출을 통해서만 발현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렇게 될 수도 없는 것이지요. 만약 마을활동비가 고마움의 표현이라면, 우리는 마을활동에 대한 가치를 화폐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고마운 감정을 환가시켜 평가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 고마운 마음을 바깥으로 드러내야만 하죠. 지음 말처럼 화폐의 문제를 피해갈 수 없어요. 거기에 마음을 드러내야만 하도록 하는 공동체의 힘 또한 작동하게 되겠죠.

 

내가 생각하는 마을활동비의 의의

6. 지음은 마을활동비의 의의가 고마움의 표시 한 가지만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저에게는 그런 의미가 아니에요. 그래서 마을활동비를 없애자는 말을 하는 것도 아니 구요. 오히려 마을활동비가 지음이 말하는 것과 같은 의미만을 지닌다면 저는 마을활동비를 거부할 겁니다.

 

합리적 차원에서의 대의는 가능하지만 감정적 차원에서의 대의는 과연 가능한 건가요? 결국 집사회의는 마을의 대의체 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의체가 되었구요. 누군가의 감정을 대의한다? 저는 굉장히 황당한 이야기로 들려요.

지음

2011.12.19 04:01:54

갈수록 흥미진진한데요. ㅎㅎ

이쯤되면, 저는 쿠우의 전체 구상이 나와주면 좋을 것 같아요. 예전에 하던 작업도 있잖아요?

마을활동비의 의미, 사용방법, 대의체계, 예산계획,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 그 과정에서 쿠우가 하고 싶은 일 등등. 궁금하네요. ^^

안그래도 바쁜 사람이 정리하긴 어렵겠지만요. 쫌만 힘써보시면 어떨지요? ㅎㅎ

들깨

2011.12.19 11:07:03

위의 지음과 쿠우의 이야기를 반쯤 읽었어요.

 

근데 여전히 전 왜 마을활동비가 김장에 지원이 되지 않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아 있네요.

 

지음 말에서

"마을 차원에서 같이 하자고 주장한 사람들이 있고, 마을 차원의 일을 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분명 마을활동비에서 지원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김장을 담그는 행위 중 어느것이 마을 차원의 일인지 구분하기는 어렵지 않나요.

 

그래도 가장 직접적인 노동을 했고, 모여서 수다를 떨면서 손도 시려우니까 맛있는 것도 먹고 차도 마시고 하는 일에 '활동'이라고 이름 붙여서 간식비를 지원하자는게 공부집의 수렴된 의견이었는데

 

사실 마을활동비를 내는 주체와 식비를 내는 주체가 같기 때문에 어느 비용으로 지원을 하든 크게 다르지 않은 문제인 것 같아요. 의미와 개인의 부담의 약간의 차이가 있을테지만 말이죠. 1/n 로 한다고 해서 쿠우와 지음이 이야기 하고 있는 부분이 해결되는 건 아니니까요.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분명 공부집의 의견이 마을활동비 지원으로 모아졌고 앞집과 옆집도 이유와 범위는 다르지만 마을활동비 지원으로 모아졌다고 들었어요. 근데 왜 이게 집사회의에서 (물론 긴시간의 토론이 있었고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거라 생각하지만) 1/N으로 '결정'이 됐는지에 대해서 찜찜한 마음을 감출 수 없네요.

 

집사회의에서 의견이 달라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럴 권한도 줬고, 어느 정도는 집사들이 그럴 필요도 있겠지요. 다만 이 김장건은 마을 구성원 전체에 해당되는 사안이고 마을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과정을 거쳤으며 수렴된 의견과 다른 결론이 나왔고 급하지 않은 사안이므로 바뀐 결론에 대해 다시 마을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고 납득시키는 과정을 가진 후에 '결정'하고 '집행'해도 되지 않을까요.

 

물론 이 김장 건에는 전반적으로 마을내에서 결정되는 사항들에 대해 마을 사람들이 어느정도 소외감이나 거리감을 느끼고 있다는 저의 느낌과, 또 그동안 있어왔던 마을 활동비에 대한 논란,불만 그리고 마을 활동비의 방향이 공유되지 않은 것 등 여러가지 문제가 녹아 있고 저는 이 부분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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